제주 산간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숨진 여성이 중국이나 동남아권 출신으로 추정하고, 신원 확인에 나섰다.

서귀포경찰서는 15일 '변사자 신원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전단을 배포했다. 안덕면 산간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여성은 163㎝가량의 키에 모발은 밝은 갈색이나 노란색 곱슬머리였으며 노란색과 청록색 패턴 줄무늬 스웨터와 중국 쇼핑몰 상품인 청색 치마와 검정 레깅스(쫄바지)를 착용했다고 전단에 적혔다.

신발은 바닥에 'Design By Korea'라고 적혔고 삼각뿔 모양의 징이 박힌 검은색 반부츠(235㎜)를 신었다는 내용도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의 인상착의·체형 등 신체 특성 등을 봤을 때 내국인보다는 중국인이나 동남아인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살해된 여성의 남편이나 동거인이 있을 수 있다"며 "주변에 살거나 일하던 여성이 보이지 않거나 고향이나 중국 등에 일이 있어서 갔다는 말을 들었을 경우 꼭 신고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변사자의 신원을 찾는 전단지를 중국어로도 제작, 중국 내 SNS 등 인터넷망에 올려, 중국인의 신고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도내 다문화과정 등 아시아계 외국인들의 거주현황과 관광객 입도 현황에 대한 자료를 파악, 탐문
하고 있다.

탐문 등 수사에는 서귀포경찰서 수사전담반(17명) 외에 제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동부·서부 형사팀이 투입됐다.

이날 저녁에는 서귀포경찰서 소속 전 경찰관이 투입돼 관내 외국인 거주지 및 관광지에서 탐문한다.

경찰은 이 여성이 내국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문을 채취해 분석했지만, 국내 실종자와 일치하는 지문은 확인되지 않았다.

성폭행 가능성도 규명하기 위해 시신에서 DNA를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시신에 남의 체액이 묻었는지 확인하는 한편 몸속에 남은 음식물 감식으로 음독 여부도 가리기로 했다.

주변 CCTV 영상 분석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진입 또는 통행 차량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누군가 여성을 살해한 뒤 유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발견 당시 시신이 땅을 보고 팔·다리가 반듯하게 눕혀져 있었던 점과 현장에 별다른 유류품이 없는 점, 근처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한 점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경찰은 14일 부검으로 목과 가슴 6곳에서 예리한 흉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를 확인했다. 직접 사인은 목에 난 상처로 드러났다. 시신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망 시점은 밝히지 못했다.

다만 숨진 지 최장 4개월을 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밭 주인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월 사이 보리 파종을 할 당시 부근에서 시신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리밭 옆에 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야초지 구렁에서 발견된 시신 일부는 풀과 흙으로 덮여 있었다.

이곳은 제주 서부권으로 연결되는 평화로에서 직선으로 100m가량 떨어졌고,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넓이의 시멘트 길이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경찰은 지난 13일 낮 고사리를 채취하던 50대 남성이 부패한 시신을 보고 신고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14일에는 경찰 80여 명이 반경 5㎞ 일대를 수색했으나 아무런 유류품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비슷한 인상착의의 인물을 봤다면 서귀포경찰서 형사 5팀(☎ 064-760-5551~4) 또는 112로 신고해 줄 것으로 당부했다.

지난해 기준 다문화 가정 등 제주 거주 중국인은 6천792명이다. 베트남인 1천983명, 필리핀인 524명 등 동남아시아인은 5천106명으로 추정된다. 관광객은 한달 기준으로 중국인 14만명, 동남아인 2만여명이 방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