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안 심의 전제 조건
도교육청서 비용 받기전까지
임의 집행않겠다는 확약 요구
여 "문제 해결 먼저 고민해야"


지난 달 바닥이 난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경기도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안 심의의 전제 조건으로 '도 예산으로 누리과정비를 충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예산안에 명시하라'는 점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도 예산을 들여 보육대란의 '급한 불'을 끄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얘기다.

더민주 김현삼 대표는 18일 누리과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윤화섭 의장, 새누리당 윤태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도가 추가경정예산안에 단순히 누리과정 예산의 '액수'를 기재하는 부분까지 막기는 어렵지만, '누리과정비를 실제 도교육청에서 받기 전까지는 도가 임의로 집행하지 않겠다'고 확약해야만 심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또 "도가 예산안에 단순히 '액수'조차 기재하지 못한 것은 도의 행정적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남경필 도지사의 유감 표명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더민주는 지난 2월 도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추경안에 포함시키자 반발, 이를 철회시킨 바 있다.

앞서 도는 1년 치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5천459억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하면서 "도비를 투입해서라도 보육대란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는 도교육청이 도청에 넘겨주면, 도청이 다시 시·군에 이를 전달하는 형태로 지원된다.

도교육청은 "우리 소관도 아닌 어린이집에 대한 예산까지 지원할 여력이 없다"며 편성을 거부해왔고, 도는 "도교육청에서 돈은 나중에 받더라도, 일단 도비라도 투입해 보육대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는 만약 도의회 다수당인 더민주가 예산안 심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린이집 누리과정비가 포함된 추경안을 확정할 수 없게 되고, 더민주의 마음을 돌리려면 '도 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새누리당 윤태길 대표는 "그런 조건을 내거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며 "원래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주체인 도교육청까지 한데 모여, 누리과정 문제를 어떻게 풀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지 무조건 '도 예산으로는 안 하겠다'고 약속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한편 윤화섭 의장도 "절차상 문제가 많은 추경안을 4월 임시회에서 심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안건 상정과 의사일정 결정 권한을 가진 의장과 사전 협의 없이 도가 '4월 추경'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