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4·13 총선 패배는 산술적으로 의원수가 크게 줄어 '제2당'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총선 패배는 당장 새누리당 대권후보 가도에 큰 돌덩어리 하나를 던졌다. 강력한 대권후보였던 김무성 대표는 '총선 대패'라는 큰 내상을 입었고, 역시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오세훈·김문수 후보는 큰 표차로 낙선했다. 물론 낙선했다고 대권후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권후보들이 일시에 전멸하자 새누리당 입장에선 당장 후보를 찾아야 하는 다급함에 빠졌다. 이러다 보니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당내 시선이 쏠리고 있는 모양이다. 남 지사는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차차기 대권 후보였다. 하지만 지금 '조기등판론'이 솔솔 풍기고 있는 것이다. 남 지사는 선거 패배 후 여권에서 제기되는 '세대교체론'에 부응할 수 있는 50대 초반의 '개혁 소장파' 출신이다. 더욱이 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 '연정(聯政)'을 선언했고, 지금도 경기도는 연정이 진행중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 때 남 지사는 여러모로 구미가 당기는 상품인건 맞다.

하지만 남 지사는 단언컨대, 지금 대권후보에 신경을 쓸때가 아니다. 도정에만 전념해야 한다. 남 지사도 18일 "경제성장 잠재력이 둔화되고 일자리 증가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며 "이로인해 민생이 어렵다.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혀 '조기등판론'을 일축했다. 잘한 결단이다. 지금은 일자리, 주거문제, 청년실업, 양극화, 저출산 등 난제를 해결하고 민생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미완(未完)'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는 '연정'을 성공시키는 게 우선이다.

경기도지사는 서울시장과 함께 늘 강력한 대권후보를 꿈꿀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전직 경기지사의 대권 도전은 녹록지 않은 가시밭 길 이었다. 도정보다 국정에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남 지사가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해야 하는지는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전 지사들의 행보에서 답이 나온다. 대권은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멀어진다. 남 지사는 지금, 도에 산적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푸는 게 먼저다. 그래서 도민들 입에서 '대권을 노려도 된다'는 말들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