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결과 25곳중 6곳 폐지·10곳 통폐합 "합리적 업무·기능조정"
추진협 검토·실행위 보고거쳐 공청회·조례안… 내달 임시회 상정
군살을 빼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는 고통이 뒤따른다. 전문가의 처방을 통해 다이어트는 물론 운동과 식습관의 변화도 필요하다. 자칫 무리한 다이어트는 몸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이에 자신의 체력과 컨디션이 감당할 수 있는 상태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경기도도 최근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25개에 달하는 도 산하 공공기관을 합리적으로 통폐합해 경영의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도 산하기관에 대한 전문가(용역 결과)의 진단은 이같은 다이어트 계획을 더욱 재촉하게 하고 있다. 다수의 기관을 아예 없애고, 기능이 중복되는 기관들은 합쳐서 무게를 줄이라는 조언이다.
도는 이같은 진단 아래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무리한 몸집 줄이기가, 오히려 도정 운영과 세부화된 기관 운영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기도 산하기관 통폐합은 예산 및 인력낭비 등의 이유로 예전부터 계속 필요성이 지적돼 왔던 문제다.
하지만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각 기관들의 이해문제가 얽히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경기도의 다이어트, 이번에는 건강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산하기관 통폐합 왜?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단체다. 그 규모에 걸맞게(?) 산하 공공기관 수도 무려 25개에 달한다. 도의 업무 조정은 물론 중점 추진 과제가 생길 때마다 산하기관은 항상 늘어났다. ┃표 참조
그러다 보니 비슷한 업무를 관장하는 산하기관이 생겼고, 업무 중복문제가 지적됐다. 게다가 출연금 등 산하기관에 내려보내지는 예산도 점점 거대해 졌다. 도의 정책을 수행역할만 하는 수동적 존재라는 지적도 나왔다. 도 25개 산하기관 예산은 지난 2014년말 기준으로 3조8천억원 규모다.
게다가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문제까지 대두됐다. 현재도 도의 산하기관 다수는 도의 공직자 출신이 대표나 주요 간부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산하기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존재가 됐고, 산하기관 통폐합 문제는 도지사의 중요한 숙제중 하나다.
도가 산하기관을 통폐합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김문수 전 지사 임기 때도 경기도청소년수련원·경기평생교육진흥원의 통합 문제가 화두가 됐다. 하지만 도의회의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도는 이번만은 산하기관 통폐합을 실현시키겠다며 5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부문 경영컨설팅 전문기업인 엘리오앤컴퍼니에 외부용역을 줬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산하 25개 공공기관 가운데 6개는 폐지하고 10개는 통폐합해야 한다는게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용역'의 답이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 경기농림진흥재단 등 6개 기관이 폐지 대상에 올랐다.
경기과기원은 산학연지원 기능이 경기테크노파크와 중복되고 기초과학기술정책연구 기능은 경기연구원으로 이관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고, 경기농림진흥재단은 농식품유통과 친환경급식 등 주요 기능이 도 농정해양국과 중복되거나 민간위탁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 공공영역에서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또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도시공사 등 10개 기관은 통폐합대상이 됐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테크노파크 등 3개 기관의 경우 창업·판촉·통상지원 등 기능이 유사해 경기경제산업진흥원을 신설해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경기도시공사와 경기평택항만공사는 물류부지조성·임대 기능이 중복돼 기능을 합쳐 경기공사를 신설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아울러 경기대진테크노파크 등 4개 기관은 기능조정 방안이 마련됐고, 중복기능이 없지만 향후 경영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기능고도화 4개 기관으로 킨텍스·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경기도장애인체육회·경기도체육회 등이 분류됐다.
#산하기관 통폐합 군살빼기 효과날까?
통폐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합리적인 업무와 기능 조정을 통해 더욱 효율적인 전문기관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더욱 늦출 수 없는 현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선 5기를 거치면서 당초 5개였던 도 산하기관들은 현재 25개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50명이하 소규모 기관이 10개를 차지한다. 기존기관의 혁신보다는 신설로 수가 증가했고, 수가 늘었지만 역할과 서비스들이 중복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월드컵재단과 영어마을 등 6개기관은 설립목적을 달성했거나 수요·공급환경의 변화로 유효성을 상실했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광역단체가 월드컵재단 운영을 하는 것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유일한데 공공행사건수는 연평균 0.8건에 불과한게 현실이다.
영어마을도 월드컵재단과 같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기도가 직영을 하고 있지만 최근 5년동안 30억원의 적자를 기록중이다. 물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 2012년 도 산하기관들(2천995명)은 6조3천억원의 예산을 사용했지만 지난해에는 25개 공공기관(3천343명)에서 3조8천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예산은 40%이상 감소됐지만 인건비는 15%이상 증가한 것으로, 산하기관들은 사업을 위한 기관 존재가 아니라 기관을 위해 사업을 유지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즉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통폐합 어떻게 진행되나?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는 지난해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 합의문 제16조 '산하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공공기관 통폐합) 추진'을 근거로 해 연정실행위원회 산하에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를 두고 25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을 모색했다.
도는 지난해 6월 경기도의원 6명(여3·야3), 민간전문가 6명, 공무원 4명으로 구성된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를 설립했고, 같은해 12월 공공부문 경영컨설팅 전문기업인 엘리오앤컴퍼니를 선정해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컨설팅을 추진했다.
올해 3월에는 경기도 산하공공기관을 25개에서 13개로 축소하는 내용의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연구용역' 결과 초안을 도의원들과 언론에 공개했다.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 용역결과 초안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 검토와 실행위원회 보고를 거쳐 4월 중순까지 공청회와 조례안을 마련한 뒤 5월 10일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경진기자 lkj@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