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순간에 대부분 잠에 빠져 있던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충격과 굉음에 놀라 혼비백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새벽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발생한 율촌역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사고는 오전 3시 41분께 전남 여수시 율촌면 월산리 율촌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무궁화호 1517호가 선로를 벗어났다.
이 사고로 전체 7량의 승객차량 중 4량이 탈선해 이 중 2량이 전도됐고 기관차는 전복됐다.
사고 당시 충격을 말해주듯 현장에서 기관차는 선로 밖 풀밭까지 완전히 튕겨 나가 뒤집힌 상태였다.
객차 7량 중 4량은 철길을 벗어났고 그중 2량은 곳곳에 생채기를 보이며 누워 있었다.
더구나 뒤차의 연쇄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기관차는 저만치 풀밭으로 뒤집혀 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를 짐작게 했다.
율촌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사고가 나자 기관차는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 기둥을 들이받은 데 이어 넘어진 설비를 쓸고 수백미터를 밀려간 것으로 보인다.
그 충격으로 선로 3∼4개를 지나쳐 맨 바깥으로 튕겨 나가 풀밭까지 뒹굴었다.
철길에 설치된 전기 공급 선인 전차선 2개도 끊어지면서 열차와 철길 위를 덮친 모습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뒤집힌 객차 4량 중 2량은 선로를 벗어나 45도로 기운 채 선로 바깥으로 밀려나 마치 폭탄을 맞은 듯한 광경이었다.
사고 신고를 받은 여수소방서와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승객 22명 중 부상이 가벼운 대부분 승객은 스스로 걸어 나왔다.
부상이 심한 7명의 승객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승객들의 부상이 크지 않았지만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하나같이 얼굴색이 하얗게 변해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고 소방서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사고는 애초 율촌역으로 진입하던 열차가 200m 전방 지점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에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고 현장을 본 관계자들은 물체 추돌보다는 과속이나 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을 제기했다.
통상 역 부근에 진입할 때는 저속으로 들어오지만 율촌역은 여객차량이 멈추지 않는 곳이어서 과속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지방철도경찰대는 운전을 맡은 부기관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사고 당시 시속 127㎞로 달렸다는 진술을 받았다.
또 현장에서 야간이면 수시로 전차선 등을 보수하는 공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하행선에서 전차선 보수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돼 상행선으로 진입한 열차가 다시 하행선으로 선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 측은 무엇보다 신속한 복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이날 사고로 탈선하지 않은 뒷부분 객차 3량을 떼어내 순천역으로 옮겼다.
또 이날 오전 9시 30분까지 지장전철 설비를 철거하고 오후 10시까지 상행선 전차선로를 가복구할 계획으로 기중기를 동원해 무너진 전차선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하행선 전차선로를 이튿날 오전 5시까지 가복구해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차선을 완전히 복구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