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대면했다.

반 총장이 유엔총회장 단상에서 서서 협정문 서명을 마친 각국 정부 대표들과 차례로 악수하는 형태의 지극히 의례적인 조우였다.

그러나 반 총장과 리 외무상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았고, 두 손을 맞잡은 채 10여 초 대화를 나눠 반갑게 만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리 외무상은 각국 대표 가운데 76번째로 유엔총회장의 단상에 올라 테이블에 놓인 파리 기후협정문 원문에 서명했다.

리 외무상이 이어 단상에서 퇴장하기 위해 걸음을 옮길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반 총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

반 총장은 리 외무상의 오른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았고, 리 외무상은 자신의 왼팔을 반 총장의 오른팔 위에 얹는 '스킨십'을 보였다.

이런 상태로 13∼14초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이어 단상 아래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반 총장과 리 외무상의 별도 면담 계획이 있는지 여부는 이날 오후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면담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취임 후 세 번째인 이번 뉴욕 방문에서 보여준 '로키' 행보와는 부합하는 측면이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리 외무상이 2014년과 2015년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했을 때에는 반 총장과의 개별 면담이 이뤄졌고 언론에도 공개됐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걸음이 엇갈린 시간대도 있었다.

리 외무상은 서명식 참석을 위해 나흘 일정으로 20일 뉴욕에 도착했지만, 반 총장은 해외출장을 마치고 21일 저녁 뉴욕으로 돌아왔다.이날 유엔에서는 서명식과 병행해 서명 국가별 '3분 연설'이 별도로 진행됐고, 북한에서는 리 외무상이 직접 나섰다.

그의 연설은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소개하면서도, 이를 고리로 미국을 비판하는 요지였다.

리 외무상은 "지구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정치적 안정을 보장하는데 우선적 주의가 돌려져야 한다"면서 "미국의 끊임없는 핵 전쟁 연습으로 조성된 위험천만한 정세는, 세계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다른 문제에서도 성과적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정책 노력에 대해서는 "2024년까지 연간 1만t 이상의 온실가스 축감 능력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자원적 온실가스 축감계획을 현실성 있게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