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7시 35분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주택가.

동네를 산책하던 이모(63)씨는 영문도 모른 채 봉변을 당했다. 길을 가던 강모(23)씨가 갑자기 달려들더니 발길질과 주먹 세례를 퍼부은 것이다.

강씨의 폭행에 이씨는 귀가 찢어지는 등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TV에서나 봤던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된 이씨는 몸의 상처뿐만 아니라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됐다.

이씨는 "백주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온 몸이 벌벌 떨린다"고 힘겨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당일 새벽까지 친구와 술을 마셨다는 강씨는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범행 동기가 될만한 진술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 불특정 다수를 이유 없이 폭행하는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표적이 이씨와 같은 노인이나 여성, 어린아이 등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청주에서 취업에 실패한 40대 남성이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의 피해자도 88살 노인이었다.

중상을 당한 노인은 뇌사 판정을 받은 뒤 5개월이 지난 지난달 27일 결국 숨졌다. 중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가해 남성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에서는 20대 여성이 만취 상태의 50대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하다 휴가를 나온 군인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지난해 9월 어머니와 함께 길을 가던 12살 소녀가 '묻지마 범죄' 표적이 돼 충격을 줬다.

노숙자였던 전모(57)씨가 이유 없이 이 소녀의 머리채와 멱살을 잡고 돌을 던지며 위협했다. 소녀는 가까스로 몸을 피했고, 전씨는 어머니의 신고로 현장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아무런 이유없이 해코지 하는 묻지마 범죄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모두 163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만 288명에 달했다.

상해가 87건으로 가장 많았고 살인 41건, 폭행 16건, 협박 12건, 방화와 손괴 각 4건이었다.

통상 정신 이상이나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는 무의식중에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노인이나 여성, 어린아이 등 사회적 약자가 표적이 되는 이유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충동에 의한 범죄라도 수월하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대상을 찾기 마련"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사회적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이유 없이 남을 해치는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피해자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