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학대·찬물세례'로 7살 신원영군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가 각각 국선·사선변호인을 선임, 서로 다른 변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오후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모 김모(38)씨의 국선변호인과 친부 신모(38)씨의 사선변호인이 각각 출석했다.

중형이 예상되는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부부 피고인이 한명은 국선변호인, 다른 한명은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직접 학대 행위를 가해 신군을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스스로도 어떤 변호인을 쓰든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더욱이 변호인 선임은 가족이나 지인 등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인데 계모의 손에 자란 김씨는 뒷바라지를 해줄 가족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신씨는 외아들로, 친모가 적극 나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돕고 있다"며 "각자 국선·사선변호인을 선임한 만큼 변론 방향도 서로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 신씨를 비호하는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피고인이 불참한 가운데 5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 피해자 변호인은 재판의 쟁점 및 일정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질 재판에서는 이번 사건의 쟁점인 살인죄 인정 여부를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객관적인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고 있어 재판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신군에 대한 살인을 내심(內心)으로 의도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크다. 살인죄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불참하는 데다 재판의 쟁점 및 일정 등을 협의하는 과정이라 비공개하기로 했다"며 "이번 사건 재판은 일반 형사사건 재판처럼 통상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신군을 화장실에 가둬놓고 락스를 뿌리는 등 학대하다 지난 1월 31일 오후 1시께 옷에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신군의 옷을 벗기고 찬물을 끼얹은 뒤 방치해 다음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이를 알고도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방관하다 결국 신군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부부는 지난 2월 1일 오전 신군이 숨진 채 발견되자 시신을 베란다에 11일간 내버려뒀다가 같은달 12일 오후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7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