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수령시간 제한을 두고 다툼을 벌이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살해한 경비원 김모(67)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 중형이 선고됐다.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은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시민 배심원 9명이 참여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사는 "흉기를 은폐하고 조사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보아 범죄 고의성이 있다"며 엄벌을 주장했지만, 변호인은 "사건의 배경에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라는 사회적 병폐가 있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께 시흥의 한 아파트 대표 정모(69)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범행이 의도적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대표를 살해하기 전, 대표의 집을 찾아간 김씨가 그때부터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점과 범행 직후 경비실로 돌아와 흉기에 묻은 피를 없애고 화단에 버린 점 등을 고려할 때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경찰조사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손톱깎이용 소형 칼로 범행을 했다며 거짓 진술을 했고, 범행 후 태연히 경비원 업무에 복귀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재범의 소지가 있다"며 징역 25년에 위치추적장치부착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김씨와 변호인은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했지만 '갑의 횡포'로 벌어진 일인만큼 형량을 낮춰줄 것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택배수령시간을 오후 11시로 제한하자는 것은 회의를 통해 정당하게 결정된 사항이지만 아파트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과를 뒤집고 김씨를 해고하려 했다"고 맞섰다.

공판절차를 지켜본 시민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냈지만, 양형은 6~15년으로 엇갈렸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이승원)는 시민 배심원의 의견을 참고해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장치 부착의무는 기각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