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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을 따고 다듬는 주민.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마을 인구 2명중 1명이 노인인 가미카쓰
기존산업 위기서 '나뭇잎 장식' 사업 성공
34종류 분리수거… '제로 웨이스트' 효과

구리제련 쇠퇴로 죽어가던 섬 나오시마
교육기업 베네세 '미술 프로젝트' 그림
안도 다다오 거장 손길 '섬 전체가 작품'

쇠락한 마을을 살리려는 노력은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역 특화 산업을 개발해 키우고, 문화·예술을 접목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지역 활성화 사례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있다고 해 경인일보는 지난 3월 일본을 찾았다. 공익재단법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이 진행한 'JENESYS 2015 일본 방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도쿠시마현(德島縣)의 가미카쓰(上勝) 마을과 일본 카가와현(香川縣) 나오시마(直島)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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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장식을 한 음식.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나뭇잎 하나로 살아난 마을-가미카쓰

일본 도쿠시마현(德島縣) 가미카쓰(上勝) 마을은 마을 면적의 85.6%(109.63㎢) 이상이 나무로 뒤덮인 산골 마을이다. 마을 주민은 1천680명, 830세대로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의 비율인 고령화율이 51.3%를 넘어 2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이곳 주민들은 단풍나무나 은행나무, 감나무 잎을 상품화해 2억6천만엔(약 26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마을 주민들 가운데는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마을의 주요 소득이 되는 나뭇잎은 고급 일식 요리를 장식하는 '쓰마모노(妻物)'로 쓰이고 있다. 이곳의 쓰마모노는 일본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마을의 주된 소득원은 감귤과 삼나무 등의 목재였다. 그러나 1981년 2월 영하 12도라는 대한파로 큰 타격을 받아 감귤 나무가 모두 말라죽는 회복 불능의 위기를 맞았다. 겨울에도 이곳의 기온은 영하 2~3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삼나무를 주로 파는 목재 산업도 값싼 수입 목재가 밀려 들어오며 사양길로 접어든다. 마을에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이 때 영농지도원이었던 요코이시 도모지(橫石知二)씨는 앞으로 살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감귤 산업을 대신할 수입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다 1986년 오사카의 한 초밥집의 쓰마모노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초밥집의 여자 손님이 이 나뭇잎 장식을 싸가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는 마을에 널린 단풍잎을 떠올리며, 도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뭇잎 장식을 산업화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막상 마을에서 시작하려 하니 처음에는 따라주는 주민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네 가정에서 시작했다. 판로 확보에 나섰고 도매시장과 호텔, 고급 요정에 판로를 구축했다. 지금은 200가구 이상이 나뭇잎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협을 중심으로 나뭇잎 사업을 하던 주민들은 1999년 정식으로 이로도리 주식회사라는 마을기업을 설립한다. 요코이시 도모지씨는 현재 이로도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로도리는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생산자인 마을 주민들은 이를 토대로 주문을 받아 물건을 출하한다.

이곳 주민들은 컴퓨터와 태블릿 PC를 쓰고 SNS도 잘 활용한다. 나뭇잎 비즈니스가 활성화하며 이 산업에 종사하는 고령자도 많아졌지만, 반대로 노인복지시설 이용자 수는 줄어들어 마을에는 노인정이 없다. 마을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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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카쓰 마을의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마을은 쓰레기 없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이곳에는 마을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이 없고, 소각장도 매립장도 없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위해 마을에 자체 쓰레기 수거차량이 운영될 뿐이다.

이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사업이 효과를 보고 있어 가능했다. 제로 웨이스트 사업이 강조하는 것은 3R 원칙이다.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고(Reduce), 다시 쓰고(Reuse), 재활용(Recycle) 한다. 어찌 보면 한국과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을 보면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34종류로 나눠 배출한다. 마을에 설치된 '쓰레기 스테이션'으로 직접 쓰레기를 가져와 분리해 배출한다. 회수된 쓰레기는 재활용, 재자원화해서 다시 인근 상점에서 판매돼 마을의 공동 수익으로 사용된다.

음식물 쓰레기도 대부분 자원화된다. 이 마을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하는데, 각 가정에 퇴비 발효기기를 보급했다. 발효기기 구매를 원하면 마을에서 80%까지 보조금을 준다.

이 마을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소각·매립 방식으로 처리했을 때보다 30%(1억원)이상 절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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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를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섬 전체가 미술관- 나오시마

나오시마(直島)는 면적이 8㎢, 인구 3천여명의 작은 섬이다.

나오시마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섬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예술 섬'으로 불리며 연간 7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섬이 됐다.

섬 전체는 미술관으로 바뀌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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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우환미술관, Tadasu Yamamoto, 베네세하우스, Tadasu Yamamoto, 지중미술관, FUJITSUKA Mitsumasa / Benesse Art Site Naoshima 제공

이곳에는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있어 섬 주민들은 넉넉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를 지나며 경기가 후퇴하고 산업구조가 변하며 제련소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공장이 문을 닫자 사람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섬을 떠났고, 구리 제련소가 내뿜은 공해 때문에 죽음의 섬으로 변해갔다.

이곳을 예술섬으로 바꾼 것은 한 기업이었다.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은 1985년부터 이 섬의 6분의 1을 사들였고 예술가와 건축가를 불러 미술관을 짓기 시작했다. '어린이의 지상낙원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동반자로 참여했다. 첫 번째 결과물로 미술관과 호텔을 결합한 베네세 하우스가 1992년 만들어졌다. 이를 계기로 버려진 섬 나오시마는 유명세를 탄다.

이어 지중미술관(2004년)과 이우환미술관(2010년) 등이 잇달아 개관했다.

지중미술관은 자연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에 따라 땅속에 지어진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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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의 상점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곳에서는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마리아 등 거장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땅속에 있는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자연광이 비춰서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표정을 바꾼다.

이우환미술관은 한국의 예술가 이우환의 작품만을 전시한 첫 개인 미술관이다. 계곡에서 바다로 연결되는 지형을 활용한 안도 다다오의 아름다운 설계가 인상적인 미술관이다.

나오시마에서는 폐가와 빈집을 예술공간으로 만든 '이에(家) 프로젝트'로 생긴 공간들도 유명하다.

한 주민이 지어진 지 200년이 넘은 가옥을 지자체에 기증하겠다고 나서 1997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로 섬 곳곳의 빈 건물 7곳이 예술 작품으로 바뀌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