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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초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5억6천449만원으로 10년 전인 2006년 1분기(4억4천214만원)보다 1억2천285만원 올랐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집값이 올해 상반기부터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조선소 등 지방의 대표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지방 주택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한동안 호황기를 누렸지만 수도권과 강원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주택 가격은 이미 하락세가 뚜렷하고 실거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래량도 줄었다.

특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비수도권 지방으로 확대되면 대출규제 등으로 지방 주택시장의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건설사들의 아파트 물량 공급으로 분양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조만간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가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 대세로 변한 지방 집값 하락

충청 이남 지방의 주택 매매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꺾였으며 올해 초부터는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대전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2월 하락세로 돌아선 뒤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진 유성구의 하락률은 0.8%로 가장 컸고 서구도 0.02% 내렸다.

대전 아파트 값 상승률은 지난해 0.14%로 전국 광역시 평균(6.56%)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광주도 3월말 주택 매매가격이 전월말 대비 0.04% 하락했는데 마이너스 상승률은 3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전용면적 59㎡의 아파트 경우 지난해 6월 평균 거래가 1억9천180만원이었으나 올해 2월 1억7천만원대로 하락했다.

120~124㎡ 중대형 면적은 지난해말 3억7천만원대까지 올라갔으나 거래가 끊기면서 1년 전 시세인 3억1천만원대로 되돌아갔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조차도 지난해 8월 2억4천만원대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다.

대구도 최근 2주만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균 0.12% 하락했다.

규모별로 전용면적 99∼132㎡가 0.17%, 66∼99㎡가 0.12%, 132∼165㎡가 0.08%, 165㎡ 이상이 0.03%, 66㎡ 이하가 0.02% 각각 떨어졌다.

경남도 올해 1월 아파트 실거래 평균 매매가는 1억5천49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1억8천174만원보다 2천678만원 내렸다.

◇ 얼어붙은 거래시장

가격 하락세가 확인되면서 주택 거래도 빠르게 위축됐다.

2006년 준공한 광주의 아파트 34곳을 살펴보면 올해 1~2월 거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1~2월 이들 아파트의 거래량은 모두 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9건에 비해 55.4% 줄었다.

경남 18개 시·군의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해 1월 8천45가구에 달했지만 1년만에 5천136가구로 급감했다.

울산의 경우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는 뚝 끊겼다.

지난 3월 0.23% 상승하며 전국 평균(0.03%)을 웃돌았지만, 가격 상승은 호가 수준일 뿐 실거래는 없는 상태라고 부동산업계는 전했다.

울산시 중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봄철 이사 수요가 많은 시기인데도 거래나 문의가 끊겼다"며 "아파트 가격이 높게 형성된 데다 다른 지방의 하락세까지 겹쳐 관망하자는 분위기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19만9천48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1% 줄었다.

최근 5년(2011∼2015년) 평균인 20만7천여건과 비교해도 3.5% 감소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아파트 시장은 본격적인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거래량은 갈수록 줄고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고 말했다.

◇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확대 시행으로 더욱 위축

지방 부동산업계는 여신심사 가이드 라인이 5월부터 비수도권 지방으로 확대 시행되면 현재의 가격 하락세가 더욱 급격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은 최근 몇년간 부동산 규제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대출 규제가 이뤄진다.

특히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및 대출 직후부터 원리금 분할상환 유도는 대출증가 억제, 대출금 상환부담 증가 등으로 이어져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광주지역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2.4%에서 올해 2월 0.4%로 둔화했다.

제주도 주택시장의 한 축을 차지한 타운하우스 분양시장도 주택담보대출 심사기준 강화로 타격을 받았다.

시중은행들이 타운하우스를 대상으로 한 감정가 산정에 보수적인데다, 까다로워진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가이드라인을 5월 2일에 앞서 미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운하우스의 경우 매매가의 60~70%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현재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매매가의 30% 선에 그치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아도 60~70%의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보다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5월 대출심사 강화에 앞서 이미 투자자들이 올해 초부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부동산 거래가 많이 위축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 멈추지 않는 아파트 공급…지방 대기업 구조조정도 악재

주택시장 침체에도 건설사들이 아파트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택 가격 하락세를 부채질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3년간 지방 주택시장 활황기에 짓기 시작했던 아파트에 올해부터 입주가 시작된다는 점도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6천500여가구로 지난해(1만5천가구)에 비해 1만1천여가구 늘어난다.

내년 2만1천500여가구를 포함한 2년내 입주 대기 중인 물량이 4만8천가구에 달한다.

대전은 올해 모두 1만4천여가구를, 광주는 2분기에만 5천여가구를 분양시장에 내놓을 예정이어서 신규공급 물량은 넘친다.

경남은 올해 입주 물량이 1만9천가구에서 내년엔 3만7천600여가구로 2배 가까이로 급증한다.

경남은 6천가구가 공급되는 대단위 아파트에서 분양 과열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창원시 의창구 중동 육군 39사단 터에 들어서는 '창원 중동 유니시티'는 지난 22일 견본주택 개관이후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분양 광풍'이란 말까지 나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등 지방 대표기업의 구조조정은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직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소유 주택을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수세도 급격히 약해진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조선업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등 지역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분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방 부동산 시장 연착륙 대책 시급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 주택시장이 경착륙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7월 종료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의 재연장 여부도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2014년 8월 당시 각각 50%와 60%였던 DTI·LTV 비율을 각각 1년 동안 60%와 70%로 완화했으며 올해 7월말 완화조치가 끝난다.

건설업계는 이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대출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서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처분 담보부 대출은 기존주택 처분 시한이 3개월로 너무 짧아 실효성이 떨어지는데 현실에 맞는 제도 손질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시장 위축에도 지역 아파트 공급물량은 늘어나 매수자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어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고 있지만 주택 구입에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남식 창원문성대학교 부동산지적과 교수는 "주택금융제도가 바뀌어 몇년간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갚던 것에서 이제는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내야 한다"며 "여유자금이 있고 집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망하는 경기·인천·강원

충청 이남과 달리 수도권과 강원지역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오르고 있다.

경기는 올해 4월 매매가격이 1㎡당 297만원으로 올해들어 이 가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 285만원, 7월 290만원, 10월 297만원에서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아파트 거래량도 올해 1월 1만1천667건, 2월 1만259건에서 3월 1만3천736건, 4월 1만1천44건으로 꾸준한 편이다.

미분양 주택 역시 1월 2만4천276가구에서 3월 1만9천47가구로 감소세를 보여 수도권은 대출규제 충격파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천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 전보다 0.01% 상승했다. 전세가는 그보다 훨씬 높은 0.12%가 올랐다.

인천 내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올해 1월부터 계속 0.01∼0.03% 수준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올해 2월 1천957가구로 떨어져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강원의 아파트 매매가도 상승 추세다.

도내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477만원으로 2010년도 평균 매매가인 378만원과 비교해 5년 만에 26.1%가 올라갔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원리금 상환 규모가 커져서 입지가 괜찮은 분양 주택 빼고는 거래 규모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수도권의 경우 이사철 이후에도 꾸준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 급격한 냉각은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