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201000099600004991.jpg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집행간부회의를 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당행 역할에 관해 이렇게 여러 차례 밝혀왔다"면서 "이제 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므로 당행의 역할 수행 방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위축, 기업 자금 사정 악화 가능성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4일 시작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와 관련해 "협의체에 참여해 관계기관과 추진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간부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대외발언을 할 때 관계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오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은 간부들을 상대로 한 이 총재의 이같은 당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기업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있은 뒤에 나온 것이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달 29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말해 한은이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란 해석이 일었다.

이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대해 "가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조합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있어 유력한 아이디어"라고 말해 한은이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안을 두고 정부와 한은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총재가 '적극적인 역할 수행' 입장을 밝히면서 '오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한 발 물러서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하기에 앞서 오전 간부회의를 주재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신이 부재한 사이 정부와의 갈등 국면이 확대 재생산될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이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어 "그전부터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한은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말한 후 서둘러 공항 검색대로 향했다.

이처럼 이 총재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임에 따라 ADB연차총회에 참석하는 이 총재와 유일호 부총리가 만나 '프랑크푸르트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 총재는 5∼8일 연휴가 지나면 곧바로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예정됐으므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간부들에게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