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언론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
다. 재벌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던 언론사들이 30대 재벌과 거의 비슷한 유
형의 부당내부거래를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에 정치적 배경 없다”=언론사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착수 소식이 나온 것은 지난 2월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연두 기자회
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세청이 언론사 세무조사 착수를 발
표한 직후였다. 국세청이 언론사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이
남기(李南基)공정위원장은 “언론사에 대한 조사계획은 갖고 있지 않으며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부 언론사들은 공정위가 신문고시 재시행 추진과 언론사 부당내부
거래착수 계획을 발표하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했
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공정거래관련법의 위반이 시정되지 않은 채 반
복적으로 이뤄지는 분야에 대한 포괄적시장개선대책(CMP)의 일환으로 언론
시장이 지정됐을 뿐이라고 해명해왔다. 조학국(趙學國) 사무처장은 “언론
사가 지난 20년동안 공정거래법을 261회나 위반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법 위반 빈도가 높고 소비자 불만이 많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선·동아·중앙일보 등 이른바 '빅3''언론사들은 조사결과 발표에서 과징금
부과규모가 큰 것으로 나오자 반발하고 있고 따라서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신청 등 후유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사 '성역'' 깨졌다=사상 처음 이뤄진 이번 언론사 부당내부거래 조사
는 무엇보다 언론사라는 '성역(聖域)''을 깼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언론사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우리사회에서 입
법·사법·행정에 이은 권력기관으로 군림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부당내부거래 등 각종 불공정행위와 사주 등의 개인비리에 대한
소문은 시중에 무성했으나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부당내부거래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다. 이한억(李漢億) 공정위 조사국장은 “계열사에 대한 자금·자산·인력 지
원을 통한 지원방법이 30대 기업집단과 유사했다”며 “4차에 걸친 4대그
룹 부당내부거래조사 결과, 매출액 대비 지원자금 비율이 평균 0.2%였는데
이번 언론사 조사결과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사주와 친척 등 특수관계인에게 계열사 주식을 싸게 팔고 비싸게 되사줘 특
혜를 주는 방식도 재벌기업에서 보이는 행태와 무척 닮았다. 언론사의 부당
내부거래와 탈세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언론사를 감싸왔던 '권
위의 옷''은 사실상 벗겨졌다. 신문고시도 다음달부터 재시행되기때문에 언
론사도 이제 경영과 시장에 관해서만큼은 일반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