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인 A씨는 부인과의 사이에서 다섯 딸에 막내 아들까지 6남매를 뒀다.
81세로 생을 마감한 A씨는 예금 자산과 서울 노른자땅의 고가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등 150억원이 넘는 재산을 남겼다.
A씨는 세상을 뜨기 5년 전 6남매의 친모인 부인과 소송을 벌여 이혼을 했고, 3년 전에는 자필로 유언장을 썼다.
아파트를 둘째 딸에게 물려주고 금융자산 50억원은 장학재단에 기부한 뒤 나머지를 둘째 딸과 넷째 딸, 다섯째 딸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는 내용이었다.
유언장에 언급되지 않은 첫째 딸과 셋째 딸, 막내 아들은 부모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법원에 냈다는 이유로 부친과 사이가 틀어진 상태였다.
A씨가 사망하자 이들은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3심까지 간 소송에서 대법원은 유언장에 필수 기재사항인 본인 주소가 누락된 점을 지적해 유언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받은 자식 3명은 아버지 재산을 이미 나눠가진 딸 3형제를 상대로 유산을 나누라고 요구하며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딸 3형제는 자신들이 부친 생전에 사업을 보좌하거나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등 효도를 많이 했다며 아버지 재산의 기여분을 각각 50%, 33.3%, 33.3%씩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기여분 심판 청구로 맞섰다.
법원은 올해 1월 1심에서 딸 3형제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고 법정 상속지분에 따라 1/6씩 나누라고 결정했다. 아버지 생전에 이미 증여받은 재산 등을 포함해 계산하면 실제 나눠갖는 액수는 조금씩 달라졌다.
법원의 1심 결정이 나오기까지 형제들은 무려 4년간 소송을 벌였고, 1심에 불복한 자식들이 다시 항고해 2심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 상속재산 분쟁 작년 처음 1천건 돌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는 때이지만, 현실에서는 앞서 소개한 A씨의 자식들 사례처럼 가족 해체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와 눈에 띈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피를 나눈 친부모와 자식, 친형제들끼리 벌이는 재산 관련 분쟁은 매년 증가 추세다.
법원에서 부부간에 벌이는 이혼 소송을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진 가족간 분쟁은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심판 청구 사건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일반 소송이 아니라 비송(非訟·소송절차에 의하지 않고 법원이 간이 절차로 처리) 사건으로 분류되는 상속재산 분할 사건 접수 건수는 2010년 435건에서 2011년 527건, 2012년 594건, 2013년 606건, 2014년 771건으로 늘었다.
작년의 경우 공식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잠정 집계치는 1천8건에 이르렀다. 이 수치가 맞다면 전년도에 비해 무려 30.7%나 증가한 것이고 5년 전에 비해선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가정법원인 서울가정법원만 해도 상속재산 분할 사건 접수가 2011년 153건에서 2012년 181건, 2013년 194건, 2014년 260건, 작년 307건으로 최근 5년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역시 5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와 함께 내거나 분쟁 상대방이 맞소송 격으로 내는 기여분 결정 청구도 자연히 증가 추세다.
기여분 청구는 부모 또는 남편 등의 유산을 법정 상속 지분에 따라 나누기 전에 이 재산 형성에 자신이 기여한 부분을 우선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2010년만 해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이 98건에 불과했던 기여분 결정 청구는 2014년 17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접수는 225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 재산 조금이라도 나눠 가지려는 세태…"씁쓸"
가족간 재산 분쟁은 꼭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뿐 아니라 중산층이나 서민 가정에서도 적지 않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재산 다툼은 재벌가 등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도 이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남편이 죽고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남겼을 경우 이를 당장 나눠 가지려는 자식들에 맞서 자신이 살집을 지키기 위해 남편 재산의 기여분을 인정해달라는 청구를 내는 여성들도 종종 있다고 법조계는 전했다.
민법은 상속 순위를 규정하고 있다. 사망한 사람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이 1순위,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이 2순위다. 형제자매는 3순위, 4촌이내 방계혈족(삼촌, 고모 등)은 4순위다.
배우자는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될 때 그들이 받는 재산에 0.5를 가산해 받는 공동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법이 정한 상속지분은 배우자와 자녀의 분할 비율이 1.5 대 1이다. 자식이 3명일 경우 1.5대 1대 1대 1로 나눠야 해 배우자의 지분은 더 작아진다. 이때문에 친어머니와 자식들 간에도 집 한 채를 놓고 분쟁을 벌이는 경우가 나온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족끼리 희생이나 양보를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며 "피를 나눈 혈육 사이에도 재산을 두고 싸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을 보면 각박해진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81세로 생을 마감한 A씨는 예금 자산과 서울 노른자땅의 고가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등 150억원이 넘는 재산을 남겼다.
A씨는 세상을 뜨기 5년 전 6남매의 친모인 부인과 소송을 벌여 이혼을 했고, 3년 전에는 자필로 유언장을 썼다.
아파트를 둘째 딸에게 물려주고 금융자산 50억원은 장학재단에 기부한 뒤 나머지를 둘째 딸과 넷째 딸, 다섯째 딸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는 내용이었다.
유언장에 언급되지 않은 첫째 딸과 셋째 딸, 막내 아들은 부모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법원에 냈다는 이유로 부친과 사이가 틀어진 상태였다.
A씨가 사망하자 이들은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3심까지 간 소송에서 대법원은 유언장에 필수 기재사항인 본인 주소가 누락된 점을 지적해 유언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받은 자식 3명은 아버지 재산을 이미 나눠가진 딸 3형제를 상대로 유산을 나누라고 요구하며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딸 3형제는 자신들이 부친 생전에 사업을 보좌하거나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등 효도를 많이 했다며 아버지 재산의 기여분을 각각 50%, 33.3%, 33.3%씩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기여분 심판 청구로 맞섰다.
법원은 올해 1월 1심에서 딸 3형제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고 법정 상속지분에 따라 1/6씩 나누라고 결정했다. 아버지 생전에 이미 증여받은 재산 등을 포함해 계산하면 실제 나눠갖는 액수는 조금씩 달라졌다.
법원의 1심 결정이 나오기까지 형제들은 무려 4년간 소송을 벌였고, 1심에 불복한 자식들이 다시 항고해 2심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 상속재산 분쟁 작년 처음 1천건 돌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는 때이지만, 현실에서는 앞서 소개한 A씨의 자식들 사례처럼 가족 해체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와 눈에 띈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피를 나눈 친부모와 자식, 친형제들끼리 벌이는 재산 관련 분쟁은 매년 증가 추세다.
법원에서 부부간에 벌이는 이혼 소송을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진 가족간 분쟁은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심판 청구 사건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일반 소송이 아니라 비송(非訟·소송절차에 의하지 않고 법원이 간이 절차로 처리) 사건으로 분류되는 상속재산 분할 사건 접수 건수는 2010년 435건에서 2011년 527건, 2012년 594건, 2013년 606건, 2014년 771건으로 늘었다.
작년의 경우 공식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잠정 집계치는 1천8건에 이르렀다. 이 수치가 맞다면 전년도에 비해 무려 30.7%나 증가한 것이고 5년 전에 비해선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가정법원인 서울가정법원만 해도 상속재산 분할 사건 접수가 2011년 153건에서 2012년 181건, 2013년 194건, 2014년 260건, 작년 307건으로 최근 5년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역시 5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와 함께 내거나 분쟁 상대방이 맞소송 격으로 내는 기여분 결정 청구도 자연히 증가 추세다.
기여분 청구는 부모 또는 남편 등의 유산을 법정 상속 지분에 따라 나누기 전에 이 재산 형성에 자신이 기여한 부분을 우선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2010년만 해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이 98건에 불과했던 기여분 결정 청구는 2014년 17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접수는 225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 재산 조금이라도 나눠 가지려는 세태…"씁쓸"
가족간 재산 분쟁은 꼭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뿐 아니라 중산층이나 서민 가정에서도 적지 않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재산 다툼은 재벌가 등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도 이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남편이 죽고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남겼을 경우 이를 당장 나눠 가지려는 자식들에 맞서 자신이 살집을 지키기 위해 남편 재산의 기여분을 인정해달라는 청구를 내는 여성들도 종종 있다고 법조계는 전했다.
민법은 상속 순위를 규정하고 있다. 사망한 사람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이 1순위,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이 2순위다. 형제자매는 3순위, 4촌이내 방계혈족(삼촌, 고모 등)은 4순위다.
배우자는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될 때 그들이 받는 재산에 0.5를 가산해 받는 공동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법이 정한 상속지분은 배우자와 자녀의 분할 비율이 1.5 대 1이다. 자식이 3명일 경우 1.5대 1대 1대 1로 나눠야 해 배우자의 지분은 더 작아진다. 이때문에 친어머니와 자식들 간에도 집 한 채를 놓고 분쟁을 벌이는 경우가 나온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족끼리 희생이나 양보를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며 "피를 나눈 혈육 사이에도 재산을 두고 싸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을 보면 각박해진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