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독성 화학물질 농도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최소 160배 이상 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세퓨를 제조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2008년 세퓨를 처음 제조할 때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사용했다.
해당 PGH는 오씨의 동업자가 컴퓨터기기 항균제 용도로 수입신고를 하고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오씨는 수입물량 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썼다. PGH가 애초 수입신고와 다른 용도로 사용된 셈이다. 당시 수입물량은 40ℓ정도였다.
화학물질에 문외한인 오씨는 PHG를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농도보다 160배 이상 진하게 물에 희석해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묽게 희석했으면 문제가 안됐을 수도 있는데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 강하게 넣은 것으로 보인다. 농도가 진해지면서 독성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량을 사용하면서 제품이 팔리는 양에 비해 원료가 부족하게 됐고 2010년 10월부터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PGH와 섞어 쓰게 됐다는게 검찰 설명이다.
보건당국이 제품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한 2011년 중순까지 1년 남짓한 기간 두 가지 독성물질이 동시에 함유된 '죽음의 살균제'가 아무런 제지 없이 시장에서 팔렸다.
세퓨는 그러면서도 용기에 '유럽연합(EU) 인증을 받은 친환경 원료 PGH 사용' 등으로 버젓이 허위광고를 했다. 실제 제품에 사용된 원료와 용기 표기가 달랐지만 정부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독성 화학물질 수입·유통 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검찰은 "담당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단서를 찾지 못했다"며 사실상 수사선상에서 배제했다.
수사팀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정부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 법규가 없다"고 말했다.
오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검찰은 다음 주부터 PHMG가 함유된 또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책임자들의 소환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검찰의 소환 조사 대상이 제품 유해성이 확인된 4개 업체 전체로 확대되는 셈이다.
두 업체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인기를 끌자 자체 브랜드 상품(PB)으로 2006년, 2008년 각각 유사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정부가 폐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한 피해자는 롯데마트가 41명, 홈플러스가 28명이다. 사망자는 각각 28명, 12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