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 출범 33년만에 첫 '지역 더비' 특별
종합운동장 1만2천 관중 열띤 응원으로 탄생 축하
수원시, 흥행 앞장… 시청앞 '승리의 거리'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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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윤 체육부장
2016년 5월 14일은 대한민국 프로축구사에 있어서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그것도 '스포츠 도시'의 중심인 수원에서 말이다. 이날은 한 지역을 같은 연고지로 사용하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 삼성과 수원FC가 첫 '수원 더비'를 치렀다. 이는 1983년 국내 프로축구가 출범한 후 33년 만의 일이다. '수원 더비'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프로축구 K리그도 '지역 더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지역 더비'는 세계 축구팬에게는 이미 알려진 흥행거리다. 그 대표적인 더비가 이탈리아 세리에A의 '밀란 더비(AC밀란-인터밀란)'를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더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마드리드 더비(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다. 또 아시아에선 이란 '테헤란 더비'(에스테그랄-페르세폴리스)와 중국 '상하이 더비'(선화-상강)가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수원 더비'가 다양한 흥행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첫 번째 '수원 더비'의 주인공인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90분 동안 사력을 다한 선수들 대부분은 승자와 패자 없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양 팀 선수들은 후반 38분 결승골이 나온 뒤 끝날 때까지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특히 공격축구로 일관해 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기고 있는 팀이나, 지는 팀 할 것 없이 안정된 수비보다 공격축구로 축구의 묘미를 보여줬다. 수원종합운동장은 이날 수용 인원 보다 많은 팬이 찾아왔다. 프로축구연맹이 공식 발표한 관중수는 1만1천866명이다. 그러나 실제 1만2천명을 넘어섰다. 수원시와 양 구단, 프로축구연맹 모두 '수원 더비'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다. 2016시즌 첫 번째 수원 더비는 이렇게 탄생됐다. 수원종합운동장은 과거 수원 삼성의 홈 구장이었다. 1995년 수원 삼성이 창단됐을 때 이곳에서 팀을 성장시켰고, 지금의 명문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곳이 바로 수원종합운동장이다. 수원 삼성은 2001년까지 이곳을 홈 구장으로 사용한 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 수원 삼성은 14년 만에 다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팬들과 만났다. 12번째 선수 서포터즈들도 거침없는 응원전으로 '수원 더비'의 탄생을 축하했다. 수원 삼성의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는 다양한 응원을 통해 원정팀이라는 점을 무색하게 했고, 수원FC 서포터즈인 '리얼크루'도 신생팀답지 않은 패기를 보여줬다. 비록 3천 명에 달하는 수원 삼성 서포터즈의 응원 열기가 수원FC의 서포터즈보다 더 크고 웅장했지만, 수원 시민들은 양 팀의 승패보다 경기 자체를 즐겼다.

'수원 더비'의 흥행을 만든 수원시도 큰 역할을 했다. 수원시는 미디어 회견장을 홈 경기 구장이 아닌 중립장소인 수원시청에서 가졌고, 수원FC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양 팀 감독과 주장에게 머플러를 선물했다. 또 수원월드컵경기장~수원종합운동장 길거리에 양 팀 구단기를 게양했으며, 경기 후에는 시청4거리에서 문화의 전당에 이르는 1㎞ 구간에 승리 팀 구단 깃발을 거는 '승리의 거리'를 만들 계획도 세웠다. 이날 승리는 형님격인 수원 삼성이 가져갔지만, 프로축구 사상 첫 '수원 더비'는 K리그 흥행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또 축구를 사랑하는 수원시민의 열기를 고스란히 국내·외에 알렸다. 오는 7월 10일 두 번째 '수원 더비'가 벌써 기다려진다.

/신창윤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