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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의 제품 불매운동을 위한 퍼포먼스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옥시 한국 본사를 인간띠로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원료 물질의 유해성을 신중하게 따지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 정황이 4년 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이미 일부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 수사의 핵심 중 하나는 가습기 제조업체들이 인체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다.

정부와 수사당국이 유기적으로 공조했다면 진상 규명과 처벌을 앞당길 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8월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의결서를 보면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에서 옥시는 PHMG를 먹거나 흡연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적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MSDS는 화학 물질을 거래할 때 첨부하게 돼 있는 자료다.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피심인 회사(옥시)가 제품 원료에 대한 MSDS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원료 공급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옥시에 MSDS 등 원료 정보가 이미 제공됐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공정위 관계자는 ▲ PHMG 제조업체인 SK케미칼 ▲ 원료 도매상 ▲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위탁제조한 한빛화학 ▲ 옥시 순서로 단계마다 MSDS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SDS에 '마시거나 흡연하지 말라'는 기록이 있는데, 옥시가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실제로 옥시가 MSDS 자료를 갖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안전하다고 허위 표시를 한 옥시 등에 2012년 7월 과징금 5천2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가 본격화한 것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나서다.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는 2011년 8월에 나왔다.

이듬해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을 제품에 잘못 적용했을 경우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원료 물질 제조사로부터접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한 옥시의 소송도 작년 2월에 패소가 확정됐다. 그런데도 진상 규명은 발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판정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작년 8월에 나왔기 때문에 그 이전에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살균제 성분의 인체 유해성이 '추정' 단계에서 '증명된' 단계로 판정되고, 사망자 또는 장해 발생자가 살균제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점이 개별적으로 입증돼야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DS에 나온 '마시거나 흡연하지 말라'는 문구를 근거로 공정위가 2012년 허위 표시 광고라며 옥시 등을 단속했던 것은 이번 수사 본류인 사망 사고와는 거리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수사당국이 왜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관계자를 처벌했다면 논란이 이토록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조사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힌 정부의 안일한 초동 대응 과정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도 거세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장삿속만 챙기는 일부 업체들의 상혼뿐 아니라 제품 안전관리에 관한 법제 미비로 대규모 인명 사고가 빚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