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승인 핑계 인천AG 차량지원 無·시민구단 후원 거부
시·경제단체서 판매 돕기 "누구 좋은 일 시키나" 지적


한국지엠이 인천시 등과 맺은 협약을 토대로 한 실무협의회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협의를 결렬시킨 것을 두고 인천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겉으로는 '인천기업'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미국 본사의 방침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본색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 결국은 미국 회사

한국지엠의 인천지역 점유율은 전국 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에 한국지엠 임직원뿐 아니라 수백여 개의 협력사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인천시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한국지엠 차량을 덜 사는 셈이다. 한국지엠이 그동안 글로벌기업 임을 강조하며, 인천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인 것이 인천지역 차량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차량을 지원하지 않았다. 미국 본사에서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결국 인천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행사에서도 '인천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인천시는 현대·기아차와 후원협약을 맺고 지원을 받았다.

그러던 한국지엠은 지난 2월 인천시와 '인천지역 쉐보레 점유율 향상'을 위해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대해서도 미국 본사에서 한국의 가장 큰 공장이 있는 인천의 점유율이 낮은 것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약에 따라 인천시 등은 한국지엠이 인천기업이라며 차량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국지엠은 인천의 시민구단에 대한 후원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인천시민들이 IMF때 나섰던 '대우자동차 팔아주기 운동'은 지역기업 살리기 운동이었지만, 지금의 한국지엠 차량 팔아주기 캠페인은 미국기업 살리기 운동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 내부에선 "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다른 기업이 부평 공장 등을 인수하는 것이 인천 경제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 성급한 인천시도 도마 위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월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서 인천시는 한국지엠 판매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협약 과정에서 한국지엠은 인천시의 이러한 활동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물었고, 인천시는 '시민구단을 도와달라'고 전했다. 이후 한국지엠은 인천 유나이티드를 찾아 제안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약의 영향으로 인천시와 인천 경제단체 등은 한국지엠 차량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작 한국지엠은 자신의 역할은 외면하고 있다. 판매량을 높이고 있지만 그 결실을 지역사회로 환원하지 못하는 한국지엠의 구조를 두고, 인천시가 섣부르게 특정 기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한국지엠의 판매량을 높이는 것도 있지만, 인천에 있는 한국지엠 협력사 등 인천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