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도의회의 여야 대립이 연정을 무색케 하고 있다. 연정이란 허울 좋은 누각아래에서는 정치색을 띤 편싸움에 매달려 있고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대립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치권의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등장한 연정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채 겉도는 모습이다.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협치나 소통을 전제로 한 연정의 틀은 결국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국민들의 더 나은 삶과 연결된 곳에 쓰여야 하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국민들은 납세의무에 저항의식을 갖게 된다. 지금 여야가 예산처리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는 누리과정 예산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낸 세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웃지못할 행태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정부와 교육청간의 난제가 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세우든 교육청이 세우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채워진다. 그럼에도 다툼은 계속되고 있다. 볼썽사나운 추태다. 누리과정 지원예산은 갈수록 줄어드는 저출산문제 해결 차원에서 등장했다. 다자녀 가정에 양육비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놓고 여야의 예산편성 줄다리기는 한치의 양보없는 평행선이다. 도의회는 지난 18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제외한 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개월분만 도교육청 1차 추가경정예산에 편성, 의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하자 야권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다. 피해자는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다. 마음 고생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도가 편성한 누리과정 예산이 3월로 바닥난 상태에서 학부모들이 허탈감속에 지켜볼 수밖에 없는 서글픈 광경이다.

이날 수적으로 우세한 야권의원들은 누리과정 예산을 제외시킨 것은 물론 여권이 반대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철회 및 누리과정 국가책임 법제화 촉구 건의안'까지 채택했다. 도내 26개 시·군의 어린이집은 당장 운영에 어려움이 닥쳤다. 2년에 걸친 경기 연정의 '협치'결과물이다. 지루한 공방속의 공공기관 통폐합 문제도 기싸움에 말려 아직 이렇다 할 결말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정은 타이틀이 아니라 도정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합의의 정치다. 아집을 버리지 않으면 열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