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항로  '닻올린 평택항'
21일 새벽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 7번석에서 골리앗크레인이 베트남으로 향하는 LG전자 제품 등 410TEU의 수출·입 물량을 옮겨 나르고 있다. /전시언기자

道·항만공사-삼성·LG전자
작년부터 물동량 확대 협의
베트남 수출입 물량에 집중
접근성+저비용 시너지 주목


21일 0시 58분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 7번석. 베트남 하노이의 하이퐁항으로 향하는 무역선 '홍콩보이저(1만2천545t)'호에 화물을 싣기 위해 겐트리 크레인(일명 골리앗 크레인)이 쉼없이 컨테이너를 옮겼다.

이날 옮긴 컨테이너는 모두 410TEU(20피트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로 크레인은 191TEU를 평택항에 내려놓고 219TEU를 배에 실었다. 대부분 기계류가 실렸으며 이 중에는 처음으로 평택항을 이용해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LG전자의 제품도 들어 있다.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물류작업에는 크레인 운전자부터 수신호를 보내는 사람까지 50여명이 투입됐다. 오전 6시,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홍콩보이저호는 다음 목적지인 부산항으로 향했다.

지난달 4일 처음 출항한 '평택-베트남' 항로는 평택~부산~홍콩~하이퐁~옌티엔(중국)~인천을 거쳐 다시 평택으로 돌아오는 순환 항로다. 아직은 베트남으로 향하는 물량이 많지 않은 탓에 직항은 없지만 항로개설 50일째인 이날까지 백색가전제품 등 모두 2천여TEU를 실어 나르는 등 물동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이 수입하는 물량은 한국(16.7%)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최근 중국의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삼성·LG 등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베트남에서 운영되고 있어 직항개설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와 경기평택항만공사는 대형물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삼성·LG전자와 협의, 베트남으로 향하는 이들 기업의 모든 수출·입 물량을 평택항에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이들 기업이 이용하고 있는 부산·인천항보다 화물 입출항비용과 창고 및 야적장 사용료가 저렴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395만㎡)와 LG전자 진위산단(100만㎡·2017년 준공예정)이 입주해 있는 만큼 포괄적인 물류비 절감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구축된 도·평택항만공사-삼성·LG-베트남물류협회-한인상공회의소로 구성된 '4자 상시 연락망 체계'를 통해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물동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날 처음 실린 LG전자의 제품도 이러한 협의 결과로, 도는 해운업계의 침체 속에서 '평택-베트남'이라는 신항로 개척에 성공한 평택항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 내 산업단지의 우수한 접근성과 저렴한 물류비용 수요가 많은 신항로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평택항만공사 김정훈 전략기획팀장은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해운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우수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베트남과의 신항로 개설이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베트남 내 다른 항구와의 신항로 개척과 물동량 확대를 성사시켜 도내 기업의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