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늘릴 예정인 공중화장실의 13%는 남녀공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전국공중화장실표준데이터에 따르면 122개 시군구의 공중화장실은 모두 1만2천875곳으로, 이 가운데 남녀 칸이 분리되지 않은 곳은 1천724개(13.4%)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야 하며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남녀 공용으로 운용되는 공중화장실은 현행 법률에 어긋난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중화장실법이 제정된 2004년 이전에 지어진 화장실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남녀 공용 화장실이 모두 불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장이 민간 화장실 가운데 공중화장실로 지정하는 '개방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법령에서 규정한 지정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지정된 사례가 있었다.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의 한옥을 개조한 모 개인박물관 화장실은 가정집 화장실 구조로 남녀 공용으로 사용된다. 이 화장실은 연면적 등 지정 기준에 미달하지만 관광객 등의 편리를 고려해 지정했고 월 1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또한 공중화장실 가운데 여성용 변기가 1대도 없다고 밝힌 곳은 710곳(5.5%)에 이른다.

개방화장실이라도 일정 기준 이상은 장애인용 변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장애인용 변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된 공중화장실은 모두 8천886곳(69.0%)으로 집계됐다.

행자부는 민원인의 불편과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민간 화장실 관리 등을 위해 개방화장실의 지정 요건을 완화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공데이터포털의 자료는 전체 공중화장실의 일부 자료"라며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공중화장실은 모두 5만5천207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