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칸막이에 '불편' 구석위치 '위험' 일행이 망 봐주기도
법적 공중화장실 해당안돼 훔쳐보기등 성범죄때 처벌 못해
경기지역 상가 또는 업소 내 화장실이 대부분 남녀 구분이 없는 데다 잠금장치가 허술해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다중이 이용하는 화장실이지만 법적으로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아 성범죄 발생시 처벌 근거조차 없는 실정이다.
지난 2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술집 내 화장실은 남녀 구분 없이 공용으로 설치돼 있다. 이 화장실은 잠금장치마저 설치돼 있지 않아 대부분의 여자 손님들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기 일쑤다. 또 급한 마음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도 낯선 발소리가 나자 황급히 나오는 여성 손님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의 한 음식점 내 화장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녀 공용인 데다 작은 칸막이로 남녀를 구분해 대부분의 손님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화장실 문을 열면 남성용 소변기가 정면에 설치돼 있어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문이 열려 낭패를 보는 남성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잠금장치도 없어 여성손님들은 한 명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머지 일행이 밖에서 지키고 서 있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손님 김모(29)씨는 "소변을 보다가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깜짝 놀라거나 불쾌하다"며 "반대로 문을 열었는데 여성이 있으면 괜히 치한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 들어 편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성폭력 특례법에 따르면 성적 욕망을 채울 목적으로 공중화장실이나 목욕탕에 침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정작 술집, 음식점 등 다중이 사용하는 상가 또는 업소 내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가 또는 업소 내 화장실의 경우 이용객이 손님으로 국한되는 특정한 공간이어서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중화장실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 또는 업소 내 화장실은 대부분 인적이 드문 복도 끝 또는 한쪽 구석에 설치돼 있어 범죄에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가 또는 업소 내 화장실의 남녀 구분, 잠금장치 설치 등을 의무화하고 다중이 이용하는 만큼 공중화장실과 같은 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가 밀집지 남녀 공용화장실의 경우 훔쳐보기, 성희롱 의심 등의 신고가 하루에도 수차례씩 접수된다"며 "대부분 남녀 구분이 없다 보니 발생하는 사건들로 남녀 칸 구분과 잠금장치 기준 등의 법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준성·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