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대안은?

회계감사 간소화로 비용절감
공동주택 분쟁조정위 설치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리가 잇따르자 정부가 뒤늦게 회계장부 전자공시를 의무화하고, 관리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관리 책임을 그대로 입주자회의에 떠넘기면서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연계해 적극적으로 외부감사 인력을 지원해야 비리를 척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아파트 관리업무와 관련한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제정했다.

제정안은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상정될 안건을 먼저 검토할 수 있고, 부당한 사실이 있을 경우 지자체장에게 사실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했다. 지자체장은 관리소장의 의뢰시 즉시 감사를 벌여 결과를 통보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소장에 대한 인사권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있어 '갑을관계'가 명확해 관리부정을 적발한다고 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관리소장이 아파트 단지 내 비리에 관여할 경우 사실상 이를 견제할 방법은 없다.

정부는 또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과 150세대 이상의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을 상대로 아파트 공사비 집행 등 관리비 현황을 국토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한 뒤 1년에 1차례씩 정기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허위게재나 분리발주에 대해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외부회계감사에 대한 비용 또는 인력지원 없이 입주자회의에서 자체 진행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어길시 500만~700만원 소액의 과태료를 책정해 오히려 비싼 외부감사(800만원 상당)를 기피하도록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용인에서만 10여 개 아파트 단지가 외부회계를 받지 않고 과태료를 납부하는 등 상당수 아파트가 감사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민간 변호사·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아파트 감사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만성 인력부족만 탓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리소장의 인사권 독립, 회계감사 항목 간소화, 외부회계감사 인력 지원을 통한 비용절감 등을 아파트 단지 내 비리척결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선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장은 "현행 정부의 개정안은 모든 책임을 아파트 단지에 떠넘기고, 외부회계 시장만 키우게 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그 밖에도 공동주택분쟁조정위원회가 각 지자체마다 설치돼 각종 아파트 단지 내 민원을 초기 처리,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