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신뢰쯤이야 '헌신짝' 취급해도 되는지
지역경제 기여 크지만 현지화 전략엔 점수 주기가…

우선 첫번째 사례다.
2013년 5월 초 GM 애커슨 회장이 한국지엠 노조를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로 초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이었다. 애커슨 회장은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생각은 없으나 노사관계가 걱정되고, 이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당시 노동자 9명이 '고정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에 대한 '임금반환 소송'을 제기해 둔 상태였다.
다음으로 두번째 사례다.
한국지엠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 2월 유정복 인천시장과 '인천 가치 재창조와 한국지엠 점유율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앞장서서 한국지엠 차량 사주기 운동을 펼쳤다. 이에 대한 보답(?)인지 한국지엠측은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를 도와 달라'는 인천시의 메시지를 수용, 유나이티드측에 축구단 활성화 방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을 터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어 티켓구매를 비롯 차량 4대 지원 등 1억9천만원 상당의 후원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이미 개막전 때 경품용 차량 1대를 지원한 것 외에 나머지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인천 유나이티드에 통보했다. 마케팅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GM본사의 판단에 따른 조치라는 후문이다.
첫번째 사례는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책에 나오는 한국지엠의 통상임금에 얽힌 일화이고, 두번째 사례는 얼마전 인천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두가지 사례에서 뭔가 공통점이 엿보인다. 상대를 깔봤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GM본사는 대한민국을 깔봤고, 한국지엠은 인천을 깔봤다.
첫번째 사례를 다시 들여다 보자. GM 애커슨 회장에게 대한민국은 정치 후진국에 불과한 듯 하다. 대통령 한마디면 사법부든 노조든 '알아서 기는' 나라라는 인식이 깔려있지 않는 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그 같은 말은 함부로 뱉지 못했을 것이다. 말썽꾸러기 아이(노조)에게 "네 엄마(대통령)에게 이르겠다"며 겁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두번째 사례 또한 범위만 축소됐을 뿐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지엠에게 인천은 신뢰쯤이야 헌신짝처럼 버려도 되는, 단지 마케팅 시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단한 수혜라도 베풀 것처럼 먼저 제안서를 요구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외면해 버리는 저열한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인천 유나이티드, 더 나아가 인천시와 인천시민을 깔보는 처사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키워드로 '현지화 전략'을 꼽는다. 현지화 전략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현지인들과 교감하고, 그들의 정서와 문화, 관습을 존중하는 경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지엠이 인천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 그러나 현지화 전략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망설여진다. 인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면서도 인천에서의 쉐보레 판매점유율이 전국 평균치를 밑도는 현상에 대해 GM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