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숫자가 비슷하거나 기억하기 쉽거나.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두 개쯤은 갖고 있을 대리운전 업체 전화번호 특징이다.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대리운전이 필요할 때면 전화를 걸어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기사를 호출하는 편이다.

그러나 카카오의 모바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는 앱 하나로 대리기사 호출부터 요금 결제까지 가능해 기존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처럼 느껴졌다.

◇ 어렵지 않을까?…앱 설치부터 카드 연결까지 '생각보다 쉽네'

실제로 지난 1일 서울 마포 합정동에서 영등포역까지 카카오드라이버를 이용하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카드 등록이나 결제 과정이 어렵지 않을까'였다.

대리운전 이용자 중에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나 앱 카드 등 새로운 형태의 결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 만큼 이용 과정 자체가 불편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였다.

앱 마켓에서 카카오드라이버를 검색해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전화번호 인증과 차량 정보 입력, 카드 연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위치 기반 서비스를 작동해 내가 있는 위치를 찾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입력하니 결제 예상요금이 나타났다. 출시 이벤트인 '1만 원 할인'이 적용된 금액이 보였다.

대리기사 호출 버튼을 눌러 기사가 배정되기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노란색과 검은색의 유니폼을 착용한 기사의 사진과 이름이 나타났고 이내 곧 전화가 걸려왔다.

"카카오드라이버 기사입니다. 계시는 위치 그대로인가요?" 그렇다고 답하자 화면은 해당 기사의 위치, 도착 예정 시간이 표시되며 전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바뀌었다.

◇ 길 묻지 않는 대리 기사…"아직은 기존 업체보다 콜 적어"

대리운전 8년 차라는 기사 A 씨는 다시 한 번 목적지를 물어본 뒤 휴대전화를 만지더니 "출발하겠습니다. 앱 미터기 작동하겠습니다"라며 차를 몰기 시작했다.

A 씨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내비게이션을 켜도 되는지 별도로 묻지 않았다. 기사용 앱이 카카오내비와 연동돼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길 안내를 해준 탓이다.

A 씨는 "기존에 이용하던 대리운전 업체와 카카오드라이버 2개를 같이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출시 당일인 5월 31일에는 콜 2번을 받았는데 아직은 기존 업체보다 콜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업체는 프로그램 사용료로 1만5천 원, 보험료로 7만7천 원 정도 매달 냈지만 카카오는 다 내준다더라"며 "문제가 많았던 대리업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앱을 설치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 요금은 기본료 1만5천 원에 시간·거리에 따라 2천 원이 더해져 1만7천 원이었지만 할인을 받아 7천 원이었다.

평소 1만~1만5천 원의 요금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1만 원 할인 쿠폰이 이달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아쉬웠다.

◇ "간편성·신뢰성은 좋지만…요금은 비싼 편"

가격을 흥정하거나 현금이 없으니 카드로 결제하면 안 되냐고 '싸울' 필요는 전혀 없었다. "종료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동 결제 안내 화면이 떴고 그걸로 끝이었다.

이와 함께 카카오톡에서는 '카카오페이' 알림으로 결제 일시와 금액 등을 표시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앱 하나로 기사 호출, 길 안내, 요금 확인, 결제까지 이뤄진 셈이다.

서비스가 출시된 직후 이용해봤다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카카오'라는 이미지, 대리 기사에 대한 정보 제공은 좋았지만 가격이 정해진 게 아니라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이모(31·여)씨는 "현금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고 여성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등이 익숙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직 카카오드라이버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상태다. 3일 기준 구글의 앱 마켓 다운로드 수는 5만 건을 넘어섰지만 리뷰에는 '비싸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카카오는 앞으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뷰티 관련 '카카오헤어샵', 가사도우미 관련 '카카오홈클린' 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