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모(19)씨가 사고를 당한 지점은 당초 고장 신고가 들어온 곳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서울메트로의 자체 조사 및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7일 "사고 당일 메트로 관제실과 통제실에서 은성PSD에 업무를 지시한 기록과 구의역 역무원의 진술 등을 모두 살펴봐도 누구도 김씨에게 9-4 지점의 스크린도어 수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김씨가 어떤 이유로 9-4 승강장에서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 지점이 9-4 승강장이어서 대부분 김씨가 이곳의 수리를 지시받고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메트로와 경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김씨가 사고를 당한 지난달 28일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날 오후 4시58분 서울메트로 소속 2350열차가 구의역으로 진입하면서 역내 스크린도어 1개가 열려있는 것을 인지했다.

당시 2350열차 기관사는 열차 내 시스템에 나타난 오류 알림판을 보고 "구의역 5-1 승강장 스크린도어가 고장 난 것 같으니 로그 기록을 확인해 수리하라"고 관제실에 신고했다.

관제실은 즉시 이를 역무자동화(AFC) 통제실에 알렸고, 통제실은 약 1분 뒤인 오후 4시59분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인 은성PSD에 고장 사실을 통보하고 수리를 지시했다.

은성PSD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은 김씨는 구의역에 도착해 역무실에 들러 마스터키를 가지고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서울메트로가 구의역 승강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는 오후 5시50분 승강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승강장으로 올라가자마자 5-3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신고가 들어온 5-1 승강장이 아닌 5-3 승강장으로 향한 데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역무실에서 로그 기록을 본 김씨가 5-1 승강장이 아닌 5-3 승강장에서 실제 고장이 있었던 기록을 확인해 5-3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스크린도어를 열고 도어 옆면에 달린 적외선 센서를 수건으로 닦아 이물질을 제거했다. 서울메트로는 이곳에서의 작업은 30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오후 5시54분 9-4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김씨가 9-4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열어 수건으로 센서를 닦는 모습도 CCTV에 잡혔다고 서울메트로는 전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작업하던 오후 5시57분 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변을 당했다.

지시받은 적도 없는 9-4 승강장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안타깝게 변을 당한 셈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김씨가 나름의 노하우로 현장에서 그 지점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정비에 나섰는지, 다른 경로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정확한 경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