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년 중임제·권력 분산 등 '새 시스템' 미해결 현안들 해법
여야 협치 가능성 보여준 '경기 롤모델' 20대 국회 주요 어젠다로
"경기도를 리빌딩(rebuilding) 하면 대한민국을 리빌딩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상협력 강화를 위해 경기도 내 기업인들과 함께 라오스를 거쳐 미얀마를 방문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의미있는 발언을 던졌다. 남 지사는 9일 오전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기도를 바꿔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고 했다. 내년 대선 조기등판론이 제기된 이후 대선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전쟁 후 6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새누리당이 헤매고 있는 것은 이번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해법이 나오는데 그것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볼 때 대한민국의 현 상황은 무척 심각하다. 그래서 국가를 리빌딩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좌초하고 만다. 나는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를 리빌딩 하면 대한민국을 리빌딩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경기도 리빌딩의 과제로 정치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지난 1987년도에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헌법은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제3, 4당이 출현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영호남이 중심이 된 양당 기반의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양당 체제, 대통령 단임제로는 도저히 협치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너무나 복잡해진 사회적 이해관계를 대변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은 개헌을 해서 정치체제를 바꾸어야 하는데, 개헌으로 가기 전에 몇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경기도에서 실행하고 있는 '연정'이다. 경기도에서 연정을 통해 여야의 협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도의회에서 제안한 지방장관제도 도입에 대해 깊이 논의 중이다."
지방장관제도는 도의원이 경기도 실·국을 상임위별로 총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남지사는 "현행법 안에서 얼마든지 도입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다른 지자체장의 경우 오후 11~12시까지도 결재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주 5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만 일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것은 바로 '권한의 위임' 때문에 가능하다. 권한을 위임하면 할수록 시스템에 의해 조직이 더 원활하게 돌아가고 효율적인 정치가 된다. 국정운영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소야대의 상황을 보면 행정부는 국회 도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앞으로 경기도의회에 실질적 권한을 더 많이 주기 위해 논의를 하겠다. 법적으로 무보수 명예직이라면 지방장관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는 경기도의 연정을 롤모델로 20대 국회에서 정개특위가 구성돼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 여야가 권력을 나누고 선거구제를 바꾸는 등의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대표도 거기에 동의했고 앞으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도 이야기해서 이번 국회의 주요 어젠다가 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겠다."
남 지사는 또 여야가 권력을 나누기 위해서는 활발한 개헌논의를 통해 대통령제와 연정을 결합한 정치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우리는 미국식도 아니고 독일식도 아닌 한국만의 체제를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면서 권력을 분산하는, 예를 들어 내각의 다수당이 국무총리를 배출하고 투표율에 따라서 각료를 배분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선 후보군에 올라가 있는 것에 대해 그는 "국회의원 300명 중에 대통령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직업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대선을 생각한다"면서도 "현재는 경기도 리빌딩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말에는 깊은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정치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루드비히 에르하르트'라는 독일 2대 총리다. 이 사람이 지금의 독일을 있게 한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해 현실화시킨 사람이다. 그걸 통해서 독일경제가 지금까지도 탄탄하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이런 분처럼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얀마 네피도/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