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평도에서 35년간 꽃게잡이를 했던 김영길(65)씨는 2년 전부터 바다에 나가지 않는다. 어획량 감소로 바다에 나갈수록 손해를 보자 꽃게잡이를 그만둔 것이다. 자식 같은 배도 팔아 치웠다. 그는 꽃게 유통업을 하다가 올봄 꽃게 일을 완전히 놓았다. 물량도 없고, 이문도 남지 않는 일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단다.

9일 연평도에서 만난 김씨는 "중국어선이 연평어장 북측 NLL 선상을 오르내리며 어족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어민들은 정해진 구역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면서 "우리도 먹고살게끔 어장을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생계보호대책 차원에서 어장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연평도 어민들은 꽃게 어획량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꼽고 있다.

'어장확대' '조업시간 연장' 등 연평도 어민들의 건의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중앙부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윤학배 차관 주재로 국민안전처, 기획재정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인천시, 옹진군 등 관련 중앙부처와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연평도 어민들의 건의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연평도 어민들이 지난 5일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 2척을 직접 나포한 사건이 계기가 됐으며, '어장확장' 등 어민들의 건의사항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평도 어민 건의사항 등 서해 5도에 관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불법조업근절 대책 등은 추후 논의될 사항"이라고 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강화'와 함께 생계대책으로 ▲어장확대 ▲조업시간 연장 ▲꽃새우 건조시설 구축 지원 ▲폐어망 집하장설치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평도 인근 해역에 삼각형 모양으로 형성돼 있는 연평어장은 801㎢ 규모다. 어민들은 봄 어기(4~6월)와 가을 어기(9~11월) 때 어장을 일정 범위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일정 구역에서 야간 조업이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현재 조업시간은 일출에서 일몰까지다. 그러나 꽃게어획량 감소 현상은 환경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조업구역·시간 확대가 어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있다.

꽃게잡이로 생계유지가 어렵다 보니 일부 어선들은 몇 년 전부터 꽃새우를 잡고 있다. 연평도에 꽃새우 건조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한 어민은 "꽃게만 잡아선 생계유지가 안 되니까 새우라도 잡게 건조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상공권력 강화대책(2008년),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2011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응방안(2014년) 등 해경 사망사고와 어민 해상시위 등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단속 장비·인력확충, 제도개선(담보금 상향 등), 외교노력 강화 등이 주된 내용으로, 어민 지원방안은 매번 빠졌다. 그럼에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여전하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국비지원 범위와 규모는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의 노력에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계속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꽃게 감소의 원인을 떠나, 중국어선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차원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동훈·연평도/김민재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