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이 됐지만 고성능 카메라 보급 확대와맞물려 '몰카'(몰래카메라) 범죄 우려도 높아졌다. 하지만 마구 찍어대다가는 한순간에 전과자가 돼 인생을 망치고 감방에서 반성하는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법원은 몰카 범죄에 최대 실형을 선고하는 등 엄단하고 있다.

A씨는 2013년 8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친구와 함께 전북 한 해수욕장을 찾았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 해변에 있는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냉장고를 향해 허리를 숙인 사이 가게 주인이 허벅지와 엉덩이 부위를 여러 차례 촬영한 것.

마트 주인 이모(45)씨는 A씨 일행이 쓰레기를 버리는 사이 엉덩이 부위를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만져 추행하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이씨는 "펜션을 홍보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게재할 사진을 찍었을 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의사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14년 4월 이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휴양지에서 매점과 펜션을 운영하며 그곳을 방문한 여성들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고도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이씨는 항소심에서 가까스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됐지만 한동안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법원이 몰카 범죄에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최근에도 나왔다.

이모(37)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과 서울 강동구, 송파구 일대에서 총 37차례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11∼58초짜리 동영상으로 촬영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는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주완 판사는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실형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들은 많다.

인터넷 방송 BJ(브로드캐스팅 자키·진행자) 김모(21)씨는 지난해 4∼5월 2차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 거리에서 여성들의 동의 없이 다리 등 특정 신체 부위가 두드러지도록 촬영해 실시간 방송에 내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명으로 이른바 '헌팅 방송'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인터뷰하는 척 다가가 캠코더로 몰래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방송에 만족한 시청자들이 BJ에게 선물하는 아이템인 '별풍선'을 받아 수익을 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이상현 부장판사는 "김씨의 방송으로 피해자들이 심한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밖에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단독 임지웅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 처벌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또다른 김모(32)씨에게 "동의 없이 여성인 피해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32)는 올해 3월 자신이 다니던 회사 여직원 탈의실에 몰래 들어가 신발 상자에 카메라를 넣어 상자 구멍 사이로 여직원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찍었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는 비슷한 시기 동료 여직원의 원룸 복도에 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집이 빈 틈을 타 방에 몰래 들어간 혐의(주거침입, 주거수색)로도 기소됐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가 인정될 경우 법정 최고형은 징역 5년에 이른다"며 "사진·영상물 유포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과 죄질, 전과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