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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기(4∼6월) 인천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 탓에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어민들은 성어기에는 평소 꽃게를 45∼50㎏ 상자 20∼30개 수확하지만, 요즘에는 4∼5상자에 그친다고 한탄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부두로 귀항하는 어선 모습. /연합뉴스
한강하구까지 밀고 들어온 중국어선의 약탈적인 불법조업 때문에 이곳 수역이 남북한 갈등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무장지대(DMZ)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 이어 한강하구 수역에서 남북한의 우발적인 충돌을 빚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10일 중국어선이 한강하구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것을 단속하고자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을 투입해 퇴거작전에 돌입했다. 지난 9일 시작하려던 작전이 해상의 짙은 안개로 하루 미뤄진 것이다.

한강하구 수역에 민정경찰이 투입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한강하구 수역은 경기도 파주 오두산 부근 군사분계선(MDL)이 끝나는 곳에서 강화군 볼음도 인근 서해 NLL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는 수역이다. 김포반도와 강화도, 교동도의 북쪽 연안과 접한다.

이곳은 DMZ와 같이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중립수역'으로, 정전협정 부속합의서에 따르면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의 승인을 받지 않은 선박은 운항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한강하구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정전협정 위반 선박으로 간주하고 본격적인 단속에 착수한 것이다.

문제는 DMZ와 같이 한강하구 수역에서도 남북한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우리 군의 중국어선 단속 활동이 자칫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군은 이날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고자 한강하구 수역에 해군 고속단정(RIB) 4척을 투입했다. 고속단정에는 해군, 해경, 군정위 요원, 통역요원 등이 탑승했다.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해군과 해경은 정전협정에 따라 권총을 포함한 개인화기를 휴대할 수 있다. 중립수역인 한강하구 수역에 무장 병력이 투입되는 것으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군의 단속 활동으로 중국어선이 북쪽으로 도주한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남북한은 한강하구 수역에서 각각 최대 4척의 민정경찰 선박을 운용할 수 있으나 상대편의 만조 기준 수제선(땅과 물이 이루는 경계선) 100m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우리 군의 고속단정이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북한의 만조 기준 수제선 100m 안으로 들어갈 경우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군이 한강하구 수역에 무장 병력을 투입한 데 대응해 북한군도 무장 병력을 투입할 경우 양측이 감시 활동을 하다 우발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한강하구 수역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민정경찰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민정경찰이 한강하구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발견하더라도 우선 경고방송으로 내쫓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나포는 최대한 자제하고 중국어선이 민간 선박인 점을 고려해 경고사격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어선이 서해상에서 해경의 단속 활동에 대해 폭력을 불사하며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행태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군의 방침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군은 방탄유리를 포함한 방어 장비를 갖춘 고속단정을 한강하구 수역에 투입하는 한편,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또 해군 함정이 언제든지 한강하구 수역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북한군이 한강하구 수역의 충돌을 빌미로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무릅쓰고 한강하구 수역에 민정경찰을 투입한 것은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자국 어선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외교·국방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10여 차례나 중국어선의 한강하구 수역 불법조업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중국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반도의 '안정'을 누누이 강조해온 중국 정부가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한반도에 새로운 화약고를 만든 형국이 됐다.

군 관계자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중국어선이 더는 한강하구 수역에 무단 진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민정경찰 투입 이후에도 중국 정부와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