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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검찰 수사 등 연이은 악재로 곤욕을 겪는 가운데 11일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건물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전면적인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단 며칠 만에 롯데그룹은 막대한 사업 차질을 빚었다.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Axiall) 인수가 무산됐고, 국내 최대규모 IPO(기업공개)로 각광받던 호텔롯데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해 재승인에서 탈락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오는 12월 특허권 재획득을 노렸지만 이번 검찰 수사에 따라 힘겨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신동빈 회장이 설정한 유통·화학·서비스(호텔·면세점·렌탈) 3대 성장엔진이 한꺼번에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 '신성장동력' 화학 육성 차질

롯데그룹 본사와 주요 계열사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10일 오후 늦게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일 "연간 매출이 4조원에 이르는 액시올사 인수로 매출 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지 불과 사흘만의 일이다.

롯데케미칼은 인수 계획 철회 배경에 대해 "최근 그룹이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과 인수경쟁이 과열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결정적 원인이 된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철회를 결정한 뒤 매우 크게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과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다 잡은 대어'를 복잡한 국내 사정 때문에 코앞에서 놓쳤다는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 회장은 지난 1990년 당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이사·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따라서 롯데케미칼과 화학 부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지난해 7월초 신 회장이 직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를 직접 제안해 성사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일 롯데그룹의 '원 리더(총수)'로서 자리를 굳혀가던 신 회장은 화학을 유통·서비스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그룹 운영 전략을 짰다.

그 첫 번째 대형 프로젝트의 하나가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 '빅딜'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화학을 그룹 핵심 사업군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으나 예기치 않은 액시올 인수 실패로 큰 도약의 기회를 놓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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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 중인 10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회장의 집무실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 '5조원 공모, 면세점 세계 1위' 제동

비자금 수사 등 비리 의혹에 따른 호텔롯데 상장 무산도 롯데로서는 매우 뼈 아프다.

유통, 화학과 함께 그룹의 3대 기둥 가운데 하나가 서비스업인데, 이 가운데서도 현재 가장 수익성과 성장성이 유망한 계열사가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이기 때문이다.

당초 호텔롯데는 다음 달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5조2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뒤 인수·합병(M&A) 등 공격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에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직후 "공모자금을 국내외 면세점 확장 등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글로벌 입지를 갖춘 아시아 3위 호텔, 글로벌 5위권 테마파크 등을 목표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 듀프리(스위스·48억5천만 유로)·DFS그룹(미국·37억5천만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천600만 유로)이다.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2건만 성사시켜도 1, 2년 사이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었다.

현재 호텔 부문의 경우 아시아만 따져도 수십위권에 불과하고, 테마파크는 세계 14위(2014년) 수준이지만 이 두 부문 역시 상장으로 도약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상장에 앞서 "적어도 2조원 가량은 M&A와 해외진출에 우선 배정될 것"이라며 넉넉한 '실탄'을 자랑했다.

호텔롯데는 이 재원을 바탕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 인수 가능성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과 호텔롯데 자체가 비자금 수사의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은 결국 무산됐다.

비자금이나 회계 부정 등의 논란이 정리되고 다시 상장예비심사부터 거쳐야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언제 재상장을 추진할 수 있을지도 기약하기 어려운 처지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서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지난해 8월 약속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룹과 호텔롯데 임직원들이 모두 공들여 준비해왔다'며 "불가피한 대내외 사정으로 무기 연기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