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301000834600041461.jpg
국가전략포럼 주최로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 우리시대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특강. /연합뉴스

제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치권이 '개헌'이라는 거대담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숨가쁘게 이어지는 국정 현안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정치권의 암묵적인 동의 속에서 휴화산처럼 잠복됐으나, 개헌 이슈가 새 국회 출범을 계기로 공론화의 장으로 급격하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대 국회가 정식 개원한 13일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개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데다 국회에서 여야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헌 세미나까지 열리면서 개헌 논의는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올하반기 본격화할 차기 대선정국과 여소야대·3당 체제의 새로운 국회 구도와 맞물려 개헌 논의가 정치권의 모든 현안을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다소 때이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개원사를 통해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 논의를 20대 국회의 논의 과제로 상정했다.

정 의장은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라며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회에서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6개 사회단체의 연합체인 국가전략포럼이 개최하는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도 열렸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이주영·나경원·배덕광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여야를 망라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했던 이주영 의원은 축사에서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앞으로 차기 대선까지 약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다"며 "이 시기에 개헌을 추진해 신속하게 국민투표까지 한다면 개헌 역사를 이뤄낼 수 있다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나섰던 인명진 목사는 "5년 대통령 단임제를 30년간 시행하며 6명의 대통령을 겪었지만 이 사람들 중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한 대통령이 없다"며 "결론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5년 대통령 단임제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4·13 총선을 통해 국민이 새로운 정치체제를 스스로 만들었다. 정치권이 하지 않으니 국민이 한 것"이라며 "그 핵심은 양당 체제에 대한 심판, 즉 3당 체제의 출현"이라고 개헌 논의 여건이 조성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회나 정치권이 해야할 일은 국민이 이미 결정한 이 새로운 정치 질서를 법제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정치적인 파괴력으로 인해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총선 이후 여권 핵심부에서도 기류가 바뀌는 조짐도 엿보인다.

여권은 그동안 청와대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본격적인 논의를 경계했으나 최근 남경필 경지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개헌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모습이다.

친박 핵심부에서도 사석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편을 거론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개헌 스케줄로 연말까지 공론화를 통해 단일안을 만들어 대선을 앞둔 내년 6월쯤 국민투표를 하는 시나리오까지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또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권력구조 및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개헌 당위성을 거듭 설파하고 있다.

오히려 4·13 총선 전 개헌 논의에 적극적이었던 야권에서 최근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이날 더민주 출신의 정 의장의 언급으로 개헌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도 소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개헌 논의의 '첫단추' 격인 공론화 시기와 의제를 놓고 여야는 물론 각 당 내부에서조차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어 논의의 향배가 어디로 흐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