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중 22명 성명·주민번호
이통사가 검·경에 57건 제공
40명은 집계안돼 더 많을 듯
법개정 촉구 등 당차원 대응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A의원의 통신자료는 서울·경기지역 검찰·경찰 등에서 네 차례 조회됐다. 같은 당 B의원도 경기지역 경찰 등에서 다섯차례 이상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의원 모두 "왜 수사기관에서 내 자료를 조회했는지 모르겠다. 짐작 가는 일조차 없다"며 "누군가 내 신상을 살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도의회 더민주 의원들의 통신자료 수십 건이 아무런 통지 없이 검찰·경찰에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민주가 당 소속 73명 의원들의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집계한 결과, 자료를 제출한 의원 33명 중 67%에 달하는 22명의 통신자료가 검찰·경찰에 제공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명은 제공된 적이 없었고, 40명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범죄수사 등을 위해 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통신자료)을 이동통신사에 공문으로 요청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가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해도 해당 가입자에겐 별다른 통지가 이뤄지지 않는다.

야당 도의원 22명의 성명·주민등록번호 등이 검찰·경찰에 제공된 건수는 모두 57건. 검찰이 31건, 경찰이 26건을 요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의원이 4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민주는 해당 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는 등 당 차원의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도지사가 통신정보 오·남용에 대한 억제책을 적극 마련토록 한 '경기도 개인정보 및 통신 비밀권리 증진 조례'도 14일 시작된 제311회 정례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비단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범죄 등에 연루되지 않아도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는 사람이 어떤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때 조사과정에서 포괄적으로 자료가 요구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에 제공된 통신자료 건수가 1천57만건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