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내부 감사에서 뇌물수수 사실이 적발됐던 고위 간부가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뒤 또다시 하도급 업체선정 과정에 개입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에 입건됐다.

이 과정에서 LH는 문제가 된 고위 간부를 상대로 감사를 벌인 뒤에도 불과 몇 개월도 안돼 현장 책임자로 인사를 내 비리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1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LH 전 동탄사업본부장인 김모(57·1급)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동탄사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3년 2월 브로커 박모(55)씨로부터 257만원 상당의 황금 열쇠를 받고, 특정 건설업체가 화성 동탄2신도시 내 297억원 상당의 토목공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씨는 광명시흥사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11월에도 도내 한 택지개발지구 토목공사 하도급을 특정업체가 받을 수 있도록 청탁을 하고 박씨와 동행한 하도급 건설대표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LH는 김씨가 동탄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여름 무렵 뇌물수수 정황을 청와대 민원실로부터 입수해 자체 감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확인한 LH는 그해 9월 말 김씨를 직위 해제하고 본사 인사처로 대기발령했다.

하지만 LH는 동탄사업본부장직에서 직위해제한 김씨를 불과 3개월 뒤인 2014년 1월 같은 직급인 광명시흥사업본부장으로 전보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고, 광명에서 근무 중이던 김씨는 같은 해 11월 또다시 뇌물을 수수하면서 LH가 봐주기식 감사로 2차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LH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LH 관계자는 "현재 김 전 본부장은 특별한 권한이 없는 직책(전문위원)에 머물고 있으며, 당시 감사결과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청은 김씨 이외에 뇌물을 전달한 브로커 박씨를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김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건설사 대표 2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황준성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