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등 민감한 문항 수두룩
사업주 인식 부족 대답 회피
19번 방문끝에 작성한 곳도
"경제 도움 사명감으로" 위안


지난 17일 오후 2시. '2016 경제총조사' 방문조사원으로 수원시 장안구 일대 사업체를 맡은 정하윤(49·여)씨와 함께 한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조사원 일행을 손님인 줄 알았던 음식점 대표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 달 전에 세무서에 다 신고했는데 왜 또 와서 귀찮게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수차례 요청 끝에 종사자 수와 영업시간, 사업장 면적, 수용가능 인원 등 조사항목에 따라 답변을 받아냈지만 매출과 재료비, 원가, 마진율 등 사업 실적에 대한 내용은 확인해주지 않았다.

정씨는 "사업주 입장에서 영업매출 부분은 민감할 수밖에 없어 대답을 얻기가 참 힘들다"며 "그럴 경우 사업주가 이용중인 세무사 사무실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한 가스시설 수리업체의 사장은 "당신이 뭔데 나를 조사하냐. 장사하는데 와서 돈을 얼마 버냐고 물어보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냐"며 조사원을 문밖으로 밀어냈다. 이외에도 건축자재 업체와 건설업체, 사회복지재단 등 3곳은 모두 문이 닫혀 있었고 한 전자회사는 사업장이 변경됐는지 자취를 감춰 조사가 불가능했다.

어린이집도 조사대상이었지만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이어서 다음에 오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정씨가 오전 8시에 집을 나선 뒤 하루동안 24곳을 돌아다녔지만 제대로 조사를 마친 업체는 서너 군데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 한 업체는 19차례나 방문하고 나서야 겨우 조사목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5년마다 실시되는 경제총조사에 경인지방통계청 관내에만 조사대상 사업체가 210만여곳에 달한다.

지난 13일부터 1만300여명의 조사원이 투입돼 방문 면접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조사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번거롭게 생각하는 사업주들이 여전히 많아 여기저기서 조사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한 조사원은 "힘든 작업이지만 우리 동네 사업장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통계자료가 만들어지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