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유기농 순면', '참숯 성분으로 냄새 제거', '한방 추출물로 생리통까지 해결' 등.

1971년 1월 유한킴벌리가 국내 최초로 일회용 생리대를 출시한 이후 45년이 지난 지금 국내 생리대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단순히 생리혈을 흡수하는 역할을 넘어 생리통을 줄여준다고 광고하는 생리대까지 등장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만 30여종이 넘는다.

각종 기능이 첨가되면서 가격도 올라 개당 가격이 적게는 206원에서 비싼 것은 869원(체내 삽입형)까지 이른다.

하루 평균 6개씩 6일 동안 쓴다고 가정하면 생리대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 달에 적게는 7천400원에서 많게는 3만1천원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생리대를 생활필수품으로 보고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신기술 개발 등을 이유로 2∼3년마다 가격을 올렸다.

최근에는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생리대 가격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형편이 어려운 여학생들 중에는 학교 화장실에 있는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하거나 신발 깔창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례까지 쏟아지면서 가격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0.6% 상승한 반면, 생리대 품목은 같은 기간 2.4배에 달하는 25.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재료(펄프)를 사용하는 화장지와 기저귀의 소비자 가격이 각각 5.9%, 8.7%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학교를 결석하는 여학생들도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저소득층 가정의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성남시가 포문을 연 데 이어 전주시, 인천시 부평구 등이 저소득층 여학생 현황을 파악해 생리대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사회복지시설에도 기업 등의 위생용품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리대 가격에 거품을 빼거나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예산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전시 행정으로는 '생리대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리대가 일부 여학생들만 쓰는 사치품이 아닌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필수품인 만큼, 무상급식처럼 보편적 복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원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정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청소년 건강권 문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삶의 질을 이야기하는 수준이 된 만큼 생리대 인권에 대해서도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3일 학교 보건실에 생리대를 구비해 비치하도록 하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우선 관련 입법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생리대 인권이 비단 여학생이나 저소득층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