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기 일쑤다. 단순한 차별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배려를 해주진 못할망정 장애라는 약점을 악용해 파렴치한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일이 넘쳐난다.

최근 충북 충주의 한 미용실이 장애인에게 머리염색 비용으로 52만 원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을 빚었다.

이 미용실은 장애인과 새터민(탈북민), 저소득층 등 8명에게 230여만 원의 부당요금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업주 안모(49·여)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부당이득 금액을 고려하면 영장 신청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경찰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엄벌하고 경종을 울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국민적 분노를 샀지만 장애인 피해 실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경기도에 사는 지적장애 2급 A(52) 씨는 지난 3월 큰마음을 먹고 스마트폰을 장만하러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했다.

복지카드 사본을 계약서에 첨부했기 때문에 대리점에서는 그가 지적 장애인이란 사실을 분명히 알았지만 장애인 요금제를 적용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월 요금이 6만5천 원 넘게 나오는 '599 요금제' 계약을 체결했다. 휴대전화 단말기도 최신 기종으로 구매하도록 했고, 보험까지 가입하게 했다.

A씨는 비싼 요금을 치르고 집에 돌아왔지만 대리점 위치도, 연락처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안 A씨 자녀가 계약 철회를 요청했으나 대리점은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통사 역시 "계약에 문제가 없다"며 거부했다.

첫 달에만 무려 10만 원 가까운 요금이 부과됐다.

A씨는 고정적인 수입도 없어 요금을 감당할 길이 없었지만, 위약금 때문에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통신사는 끝내 A씨를 외면했다.

경북에 사는 뇌병변 장애 1급 B(40) 씨는 지난해 8월 170만 원짜리 차를 판다는 중고차 광고를 보고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건 뒤 인천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중고차 판매상에서는 B씨가 문의한 차는 보여주지 않고 여기저기 계속 끌고 다니며 시간을 끌었다.

때가 늦어 B씨가 돌아갈 시간이 되자 1천500만 원짜리 차를 할부로 사라고 강권하다시피 했다.

B씨가 돈이 없다고 하자, 할부로 해주겠다며 집요하게 구매를 요구했다.

심신이 지치고 집에 돌아갈 일이 걱정된 B씨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는 강요에 못 이겨 계약서를 쓰고 차를 넘겨받아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 실제 차 가격이 1천만 원도 안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그는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기 혐의로 해당 업체를 고소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계약서에 하자가 없다"며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할부금을 갚지 못한 B씨는 차를 빼앗기고 채무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접수된 장애인 재산권 침해 상담은 1천821건에 달한다.

이 중 사기, 횡령 등 재산권 침해가 1천372건으로 가장 많고, 휴대전화·금융 관련 명의도용 272건, 정보 제공 및 정책 건의가 177건이다.

장애인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대표적 유형은 휴대전화 가입과 중고차 구매다.

이런 경우는 명의 도용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계약 취소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차량 구매의 경우 값싼 미끼 상품으로 유혹해 싸구려 차를 비싸게 파는 일이 허다하다.

장애인의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지만, 실태 파악조차 쉽지 않다.

사기성 행각으로 폭리를 취하는 상점이나 업소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인물도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상속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장애인 명의로 대출받은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쓴다.

명의도용의 경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구체적인 피해가 드러나는 일이 많아 범인을 잡지도 못한 채 공소시효가 완성되기도 한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경제적 착취는 명백히 장애인복지법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뿐 아니라 경제적 착취도 학대로 규정한다.

하지만 경제적 착취는 신체적 폭력처럼 증거 수집이 쉽지 않아 처벌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 안에서 일어난 경제적 착취도 친족 간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토록 하는 형법상 특례인 친족상도례(親族上盜例)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현재로선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도 엄연한 소비자라는 점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장애인을 보호하려다 자칫 장애인의 자유로운 거래를 막아 소비자 권리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 대상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제적 착취를 비롯한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인권침해센터 이정민 변호사는 "장애인이 우리의 가족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장애인에게 당당한 권리 의식을 심어주는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