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수질 기준과 폐수 방류수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SK하이닉스·경기도·이천시가 내놓은 대책(경인일보 7월 5일자 1·3면 보도)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등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에서 방류한 폐수로 인해 이천시 아미리 일대 농경지가 황폐화된 것과 관련, 해당지역 농작물 안전성 확보와 농지보호를 위한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농업용수 수질기준과 폐수 방류수 기준 변경을 정부에 건의하고 안전한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빠진 땜질식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국내 환경에 맞는 농업용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의 기준은 외국의 사례를 짜깁기해놓은 것으로, 농작물 생육과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성분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 및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하천에 방류하는 폐수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중금속, COD 등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도 상관 없는 수준의 폐수 방류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지금의 대책이 실효성을 지니려면 이러한 기준마련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며 "염류와 황이 과다 축적된 해당 지역 토양개량에 대한 대책도 없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계훈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도 기준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방류수를 희석하겠다는 SK하이닉스의 대책과 하천수 농업용수 수질기준 개정을 건의한다는 농업기술원의 대책, 황산 성분을 폐수 방류수 기준에 포함토록 개정 건의한다는 도의 대책 등은 헛발질하는 것"이라며 "이에 앞서 농업용수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폐수를 희석한다는 SK하이닉스의 대책은 농작물 피해 기준을 알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이라며 "황산을 아예 없애지 않는 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산소공급을 한다는 농업기술원의 대책은 동문서답"이라며 "농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농업용수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탁상행정을 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농민들도 이같은 대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아미리의 한 농민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농민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좋은 물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좋지만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주는지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농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명회를 이천시와 SK하이닉스에서 다음주 초에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관련 대책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철저하고 신속하게 마련,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