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성역의궤 토대 복원된 시설
유여택 앞마당 '해시계 → 측우기'
계단 개수·취병 설치 등 엇갈려
불분명한 부분 뚜렷하게 그려져
제대로 복원해 역사왜곡 막아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 중인 정리의궤(整理儀軌·뎡니의궤)와 복원된 수원화성 간의 차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경인일보 7월 5일자 1·3면 보도) 앞으로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3년에 복원이 이뤄진 수원 화성행궁과 정리의궤의 그림과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정조가 행차 시에 신하를 접견하던 유여택(維與宅) 앞에는 현재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가 놓여있다.
이는 화성성역 의궤에는 정밀하게 묘사되지 않은 부분인데, 최근 공개된 정리의궤를 보면 유여택 앞에는 강우량을 재는 측우기가 놓였던 것이 드러났다(그림1). 유여택 월대(月臺) 위로 오르는 계단(그림2)도 정리의궤에는 3개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복원된 계단은 1개 밖에 없다.
또 기존의 화성성역의궤에는 유여택 뒤쪽에 아무것도 없어 실제 복원도 이를 토대로 이뤄졌는데, 정리의궤에는 유여택 지붕 뒤편에 취병(翠屛·그림3)을 그려 놓아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취병은 '비취색 병풍'이라는 뜻으로 궁궐의 핵심지역과 일부 상류층의 정원에만 사용된, 나무로 만든 담을 말한다.
정리의궤를 관찰한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는 "기존 화성성역의궤에는 유여택 앞에 있던 물체가 불분명했는데, 정리의궤를 통해 그것이 측우기였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또 취병은 국왕인 정조가 머무르는 동안 안전을 위한 일종의 보호장치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궁을 관리하는 수원시화성사업소 관계자는 "지난 2004년 화성행궁 복원 관련 연구용역 과정에서 조선시대 당시 수원 유수부에 해시계가 있었다는 기록 등을 토대로 유여택 앞에 이를 설치키로 한 것이며, '원행을묘정리의궤' 상에 묘사된 미상의 물체가 해시계와 형체가 비슷한 것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발견된 정리의궤를 통해 화성과 화성행궁 복원과 관련된 많은 참고자료가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리의궤가 무조건 옳으니 이대로 복원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화성성역의궤, 일제시대에 촬영된 화성의 원형이 담긴 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복원하는데 참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관리 주체인 일선 시·군에서 비교 검토한 결과 수정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문화재 현상 변경'을 요청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선회·강기정기자 k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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