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으로, 당분간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과 긴장이 이어지겠지만, 한중 관계를 비롯해 관련국 간에 항구적 관계 손상은 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온전히 부합하는 책임 있는 결정"이라면서 "사드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는 역내 방어력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는 한국이 현재 보유하지 않은, 또 미국의 사드 없이는 앞으로 10년 내에는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그런 능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어떤 지도자라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맞서 자기 나라를 보호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는 무책임한 것이다. 이번 사드 배치는 똑똑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연합뉴스에 "한국으로서는 국내외적 요인을 감안할 때 사드 배치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드 배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합리적인 군사적 대응 조치"라고 말했다.

또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동북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또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간 전략적 협력을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사드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진작 도입했어야 할 방어조치"라고 환영하면서 "사드는 현재 한국이 보유한 것보다, 또 앞으로 10여 년 내에 보유할 어떤 방어시스템보다 훌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 객원연구원은 "사드 배치는 계속 향상되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처하기 위한 아주 중요하고 시의 적절하며 필수적인 조치"라면서 "사드가 한국 국민과 자산을 보호하는 동맹의 능력을 매우 향상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항구적 관계 손상 등의 비관적 전망을 하지는 않았다.

차 석좌는 "예상대로 중국은 사드 배치에 항의하고 있는데 중국은 오랫동안 이를 예고해 왔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한국이 자신들의 안보이익을 지킬 필요가 있고, 또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중 간에 일부 '소화불량'(불편한 관계)이 생길 수 있지만, 중국은 이 모든 것의 근원이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나쁜 행동 때문에 비롯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에 어떤 결과가 없을 것이라는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시간이 흐르면 결국 사드가 한국에는 적합한 방어 수단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사드에 대해 브리핑받는 자체를 거부해 왔는데 앞으로 사드의 (순수 방어용) 역할을 명백히 하는 그런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중국에 중요한 파트너이고, 반대로 중국 역시 한국에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따라서 이번 일로 한중 관계에 지속적인 해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한국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면서 "그렇다 해도 이번 사드 배치 문제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비교적 작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과 이들 두 국가 사이의 관계 역시 정면대결 구도로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게리 로스 국방부 대변인이 "우리는 최고위급 차원에서 중국, 러시아 지도자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매닝 연구원은 중국의 반발에 대해 "솔직히 중국은 사드 자체보다는 한미일 3국 간의 정보 및 전략적 협력에 대해 더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사드가 자신들의 핵억지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고 그들의 위협을 평가절하하면서 한국에 자체 방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오만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자신들의 이익보다 중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클링너 연구원도 "사드 요격기와 X밴드의 각도와 고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결코 중국이나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솔직하지 못하고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사드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사드 배치 목적에 대한 의도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중국은 결국 사드 배치가 북한의 위협으로 자체 방어력을 갖추기 위한 한국 정부의 결정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중관계는 그동안 많은 진전을 이뤄왔고, 이 같은 진전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이슈 하나로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 전문가는 모두 사드 배치를 계기로 자칫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신(新)대결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시각에는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차 석좌는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3국 냉전구도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북한과 협력할 가치가 없다"면서 "우리의 새 통일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 이미지를 보면 지난 1월 4차 핵실험 후 중국은 북한과의 교역을 크게 줄였다.

롬버그 연구원도 "중국 등이 사드 배치에 항의하겠지만, 차이점은 반발하는 국가들의 주된 관심이 서로 다른 이슈에 있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 정부의 인권제재에 항의해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하고 있고, 중국은 한반도 전쟁 방지와 안정 유지와 같은 더 큰 전략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자국에까지 위험을 드리우는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도록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닝 연구원은 "동북아에서 신 대결구도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은 북한(위협)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적어도 새로운 유엔 안보리 제재는 일부 이행할 것이다. 북한 위협과 관련해 한미 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사드가 배치되고, 이것이 한미 양국이 취한 다른 조치들과 결합되면 북한은 결국 자신들이 한미 양국을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면서 "만약 이것을 이해한다면 북한은 모든 당사자가 비핵화, 긴장완화, 관계 정상화, 신뢰구축, 평화협정 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최선의 이익임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자이자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미사일전문가인 마이클 엘레먼 선임연구원은 "사드가 저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패트리엇 시스템과 결합되면 북한의 미사일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면서 "그러나 사드가 북한의 핵 공격을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다. 게다가 북한은 사드를 압도하는 기습적인 대규모 미사일 발사 등 사드의 영향을 제한할 새로운 대응조치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속으로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연구원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감안하면 사드 배치는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조치는 북한의 위험에 대처하는 전략과 관련해 미중 양국 간의 틈새를 더욱 벌릴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중 양국이 앞으로 협력의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역내 긴장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