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려동물 사업 육성 등의 일환으로 수의사 자격이 없어도 동물에 주사·채혈 등 의료행위가 가능한 '동물간호사(가칭)' 제도 도입을 예고하자 수의사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수의사협회 등은 불법진료 및 동물학대적 편법 자가진료, 인건비 상승에 따른 진·의료비 증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지만, 정부가 산업과 일자리 증대 측면만 보고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수의사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신사업 육성 방안의 일환으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 외 간호사도 진료 보조 및 외과적 수술 보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체온 및 심박수 측정·입원관리·투약 등 일부 의료조치를 할 수 있는 '동물간호사' 제도를 도입해 국가자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수의업계는 동물 간호사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주사·채혈이나 마취 후 진행되는 동물 스케일링 등 의료행위의 경우 위험성이 있는 만큼 업무영역을 제한해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하다는 평가를받는 일본은 지난 1965년부터 수의 보조인력을 두고 있지만 국가자격화하지 않고 주사·채혈 또한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1951년부터 동물 간호사 제도를 도입했으나 일부 주(3개주)에서만 주사·채혈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동물 간호사 중 숙련도가 높은 일부에게만 허용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수의사회 이성식 회장은 "주사행위의 경우 감염, 부종 등 위험성이 있고 약품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오남용 위험이 있는 만큼 업무영역에 대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수의사회는 지난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남양주을)의원을 방문해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동물간호사가 국가자격증화 되면 현재 월 평균 130만~15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보조인력의 급여 수준도 높아지면서 의료비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동물 진·의료비가 더욱 비싸지게 되면 반려동물인들의 집단적인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을 위해 수의사들과 공동 논의기구를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 동물간호사 제도를 도입하면 보다 섬세한 의료행위가 가능해져 반려동물 사업을 확장·발전시키고 전문직 일자리도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황준성·신지영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