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시행전부터 '반쪽짜리 제도' 실효성 논란
일부 "사적공간 규제는 일종의 인권침해" 주장
'층간 소음' 문제에 이어 '층간 흡연'도 이웃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정부는 아파트 복도 등 공동주택의 공용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아파트 내 주 흡연지역인 베란다 및 화장실을 사적 공간이라는 이유로 제외해 개정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부터 공동주택 거주민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아파트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지난 17일 예고했다고 18일 밝혔다.
공동주택 거주 세대 절반이상이 동의 내용을 증빙해서 신청하면 시장이나 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해당 아파트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9월부터 해당 아파트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관리사무소 등은 알림판이나 방송·교육 등을 통해 입주자에게 공지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이웃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공동주택의 층간 흡연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공동주택에 대한 간접흡연 피해의 상당수가 베란다 및 화장실 환풍구 등을 통해 층과 층 사이에 발생하고 있지만, 이번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및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도내 층간 흡연민원 300여건 중 70%인 210여건이 베란다 및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들어오는 담배 연기에 따른 민원이다.
게다가 도는 이미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건강증진법 등에 따라 주민들이 과반수이상 동의한 일부 아파트에 한해 공용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베란다 및 화장실에서 이뤄지는 층간 흡연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도내 보건소 한 관계자는 "반쪽짜리 제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베란다 및 화장실 등 담배 연기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적 공간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적 공간에 대한 금연규제에 대해 흡연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적 공간인 주거지까지 제도적으로 금연으로 규제하는 것은 역차별이자 흡연자의 권리 박탈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적 공간에 대한 제재는 인권침해의 일종"이라며 "금연은 캠페인 등을 통해 계도할 일이지 규제 대상으로 무조건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