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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비엔티안=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침묵을 깰'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저녁 비엔티안의 호텔에서 열린 라오스 외교장관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나오는 길에 "내일은 말씀 들을 수 있을까요"라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웃음과 함께 한 손을 들며 "네"라고 답했다.

전날 라오스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그동안 각국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26일부터는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히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ARF 당일 북한 측은 통상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주장을 밝혀왔다.

한편,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조우하고 악수한 데 이어 만찬장이 차려진 호텔 대기실에서도 여러 장관이 돌아가며 인사하는 과정에서 윤 장관과 악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여기서(만찬장 대기실)는 누가 먼저 악수를 청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자연스럽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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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이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과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비엔티안=연합뉴스

이날 오후 9시30분(현지시간)께 시작된 환영 만찬에 리 외무상은 다른 외교장관들과 함께 참석해 주최 측이 마련한 공연을 관람하며 식사했다.

만찬장 내에서는 남북 외교수장의 별다른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던 리 외무상이 방향을 잘못 잡아 돌아서면서 뒤따라 들어오던 윤 장관과 마주쳤지만 양 장관은 굳이 아는 체 하지 않았다.

행사복인 노란색과 주황색의 전통 셔츠를 각각 입은 윤 장관과 리 외무상은 'ㄷ' 자로 배치된 만찬장 좌석에서 마주 보는 위치에 앉았다.

리 외무상은 파키스탄과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 사이에 앉아 간간이 대화를 나눴으며, 대체로 조용히 음식을 들며 공연을 보는 모습이었다. 만찬 말미 행사장에 남은 외교장관들이 일어나 춤을 출 때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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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이 입장하던 중 북한 리용호 외무상(왼쪽 갈색 옷)과 마주치고 있다. 둘은 서로 의식하지 않은 채 엇갈려 지나갔다. /비엔티안=연합뉴스

만찬 중간에 리 외무상 주변으로 다가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리 외무상 주변의 장관들에게만 인사를 건네고 리 외무상과는 눈길도 마주치지 않아 행사장 내 이목이 쏠렸다.

당초 리 외무상은 캐나다와 슬로바키아 외교장관 사이에, 윤 장관은 러시아와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 사이에 앉는 것으로 좌석이 배치돼 있었으나 행사 직전 각각 파키스탄과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 사이(리 외무상)와 미국 및 스리랑카 외교장관 사이(윤 장관)로 좌석배치가 바뀌어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만찬 행사장에서 마주친 북한 측 수행원은 한국 기자가 질문을 건네자 "식사는 했느냐"고 되묻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비엔티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