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미취학·맞벌이가정
나이·소득기준탓 등록 거부
기존 이용아동중 절반 방치
현장서 허가 제각각 혼선도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돌보는 지역 아동센터의 이용기준이 높아지면서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이 제도 밖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7)군은 요즘 학교수업을 마치고 갈 곳이 없다. 가정불화로 부모가 자주 싸우고 폭언에 시달려 점심을 잔뜩 먹고 저녁을 굶거나 집에 가지 않는 날이 태반이다.

날이 더운 요즘은 지하철역에서 머무는 날이 많다. 지역 아동센터 복지사가 안타까운 마음에 센터로 불러 밥을 나눠 먹고 있지만,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센터이용 등록을 못하고 있다.

안양에 거주하는 B(6)양은 지난 5월 지역아동센터 이용 등록을 거절당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다 학습을 위해 센터로 옮기려 했으나 미취학 아동이란 이유에서다.

호적상 아버지는 있지만, 별거 중인 데다 생활비 지급도 안해 어머니 혼자 긴시간 생계유지를 위한 일을 하다 보니 결국 센터에 등록한 오빠(8)조차 동생을 돌보기 위해 센터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센터 곳곳에서 소득기준인 120만원이 넘는단 이유로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가 방치되고 있거나 긴 '서류' 싸움 끝에 센터를 이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지역 아동센터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올 초 중위소득 100%(3인 가구 월 357만원) 이하 가정의 초·중학생 중 한 부모·조손·기초생활수급 등 취약계층 아동만 지역 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지침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개별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이용 가능했으나 방과 후 중·석식, 과외학습을 제공하다 보니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취지에서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인천·경기지역 아동센터 932개소에는 2만7천326명의 아동이 이용했는데 이중 미취학 아동이 480명, 초등학생이 1만9천420명, 중학생 5천145명, 고등학생 1천13명,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 43명이었다. 이중 수급권·차상위 아동을 제외한 기타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아동 비율은 57%에 달했다.

한 지역 아동센터 센터장은 "결국 서류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존에 이용이 가능했던 아동 절반가량이 센터 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라며 "지자체에 재량을 줬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허가가 제각각이라 혼선을 빚고 있어 등록하지 않고 이용하는 아동도 꽤 많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더 많이 지원하기 위한 취지이며 자치단체가 이용허가를 할 수 있도록 완화해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설아·김범수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