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높은 도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길 기대
'인천'의 작은개념 탈피 개성미 물씬 풍겼으면…
인천시가 최근 '브랜드 담당관실' 조직을 신설하면서 행정에 상업 마인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브랜드(brand)'는 한마디로 말하면 '상표(商標)'다. 인천시가 이 조직을 만든 이유는 인천만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다. 인천의 인구는 올해 말이면 3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도시 중에서 300만명을 넘은 곳은 서울과 부산뿐이다. 이 시점에서 인천의 새로운 브랜드 만들기는 적절해 보인다. 어떤 게 나올지 기대도 크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된다.
얼마 전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300만 대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커다란 광고판을 본 적이 있다. 순간, 그 경박함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서울에서 오는 길인데 300만명을 내세우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광고가 된다는 말인가 싶었다. 인천에 사는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이게 인천의 수준이구나 싶었다. 상품마다 질의 차이가 있다면 도시에도 다 수준이 다르게 마련이다. 300만명의 외형을 갖추는 시점이, 새로운 브랜드를 입는 순간이 바로 인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준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가 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갈림길에 인천이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시가 경쟁력 높은 도시가 될 터이다. 여기서 하나 생각할 것은 수준 높은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의 수준이 높으면 자연스레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기업인들의 수준이 높으면 그 도시의 경제적 가치도 높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수준이 높으면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의 질도 뛰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다양한 방면에서 수준 높은 사람들이 몰려들도록 하는 것, 이게 인천시가 할 일이다.
70년 전, 해방공간에서 우리나라 문화 1번지는 서울 명동이었다. 당시 명동은 문학이며 그림이며 온갖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시끌벅적했다. 그곳의 핵심 인사들 중 많은 이들이 인천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었다. 배인철, 김동석, 김차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중앙과의 교류가 풍성했다.
지금 인천의 문화판 현실은 어떤가. 70년 전보다 낫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물 안 개구리 꼴로 너무 쪼그라들었다.
300만 인천은 전국적 교류가 활발한 도시여야 할 것이다. '인천'이라는 작은 개념에만 집착하면 외부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리되면 자격 상실이다. 새로운 인천의 브랜드에는 맛집이 갖는 '맛 우선주의 DNA'와 다른 도시들이 짝퉁을 마구 찍어내고 싶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감각이 물씬 풍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인천이 잘 팔릴 것이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