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은 대북, 대중국은 물론 세계로 가는 창구이자 베이스다. 10년 뒤 서해안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

경기도가 2010년 말 충남 등 서해안 4개 시·도 공동사업을 포함해 모두 36개 사업으로 이뤄진 '서해안 종합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포부다.

도는 2008년 화성 전곡항 일대에서 열린 첫 국제보트쇼 및 세계요트대회를 계기로 각종 서해안 개발 계획을 쏟아냈다.

보트쇼 이후 도가 발표한 서해안 개발 계획은 '골드코스트 프로젝트', '시화호 워터콤플렉스', '경기도 서해안권 발전 종합계획', '시화호 관광산업 프로젝트', '41개 섬마을 관광자원화 계획'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목표 연도는 대부분 2020년이었다.

지역 주민은 2020년이면 경기도 서해안이 세계적인 관광명소, 서해안 시대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10년도 안 돼 각종 계획 중 상당수가 이미 백지화됐거나 축소됐다.

진행 중인 사업도 완료 목표 연도가 줄줄이 늦춰져 언제 마무리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0년 12월 발표한 도의 서해안 종합개발 계획에 포함된 36개 사업 중 현재 완료된 사업은 풍력발전단지 및 바다향기수목원, E-사이언스 파크 조성 등 3∼4개에 불과하다.

많이 지연됐지만 에코팜 랜드 조성, 화성 선사박물관 등 3개 사업은 그나마 축소 또는 사업 계획 변경을 통해 추진 중이다.

나머지는 모두 백지화됐거나 현재 뚜렷한 추진 계획이 없다.

김포 항공산업단지 조기 활성화 사업, 화성 요트허브 조성사업, 안산 아시아 컬쳐빌리지 조성사업, 환경박물관 조성, 신재생에너지 체험마을, 에어파크 조성 등은 이미 물 건너갔다.

국제관광객 유치를 위한 크루즈 기반 구축, 서해안권 항만 열차 페리 도입을 포함한 4개 시·도 공동 9개 사업도 사실상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서해안 개발 계획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화성 송산그린시티 내 유니버설 스튜디오 조성은 당초 2012년 3월 개장을 목표로 2007년 시작했으나 아직 관계 기관 간 '협의 중'이다.

이 서해안 종합개발 계획의 모태가 됐던 도 자체 '골드코스트 프로젝트'에도 포함된 화성 요트허브 조성사업은 1조2천억원을 들여 2020년 말 마무리를 목표로 했던 사업이다.

민자 포함 1천622억원으로 화성시 전곡항과 제부항, 안산시 흘곳항과 방아머리항에 1천733대의 요트와 보트가 정박할 수 있는 4개의 마리나 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1곳(전곡항)이 완공됐고, 1곳(제부도)이 추진 중일 뿐 나머지 2곳은 추진이 중단됐거나 무산됐다.

전곡항 인근 139만8천여㎡ 규모의 공유수면매립지(고렴지구)에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 8천356억원을 투자, 해양스포츠 교육시설과 해양 관광시설 등으로 꾸미겠다던 '해양레저 콤플렉스' 역시 진척이 없다.

도가 이와 별도로 2010년 초 발표한 '시화호 워터콤플렉스' 계획 역시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계획은 1천698억원을 투자해 2020년 말까지 시화호 일대에 요트 아카데미, 방아머리 마리나, 수륙양용버스 운행, 에어 파크 및 수상비행장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국제보트쇼조차 2013년부터 고양 킨텍스와 화성에서 분산 개최하고 있다.

이같은 장밋빛 개발 계획의 잇단 무산 및 지연에 해당 지역 주민은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도의 행정에 대해 믿음이 사라졌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화성 송산그린시티 인근 송산면 신천리 김학범(52) 이장은 "발표 당시 주민들이 지역 발전에 대해 많이 기대하고 환영했다"며 "그러나 지금 제대로 진행하는 사업이 거의 없다 보니 주민들이 도나 정부 개발 계획 발표에 냉소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마을의 경우 도로 여건이 좋지 않은데 송산그린시티 개발 계획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도로 건설이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고 관련 정부 부처 등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취소되거나 추진이 지연된 개발 사업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당시 면밀한 검토 없이 각종 개발 계획이 발표된 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