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부부를 수년간 상습적으로 폭행해 남편을 숨지게 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9일 오후 8시께 임실군 성수면에서 살던 이모(57)씨는 자신의 집으로 옆집에 살던 김씨(56) 부부를 불렀다.

이씨는 간경화로 투병 중이던 김씨에게 돈을 쥐여주며 술 심부름을 시켰다.

김씨가 술을 사 오자 이씨는 김씨 부인 한모(44·여)씨와 마루에 걸터앉아 술잔을 나눴다.

김씨는 지병으로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마당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부는 이씨가 술 심부름을 시키든 집으로 오라고 명령을 하든 이씨 말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씨 부부는 이씨 형이 살던 집에 월세를 내지 않고 얹혀살던 신세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씨는 간경화로 건강이 좋지 않고 아내 한씨는 장애등급을 받지는 않았지만, 일반인보다 지능이 낮아 변변한 직업이 없었다.

이를 빌미로 이씨는 평소 부부에게 자신의 빨래를 맡기고 술 심부름까지 서슴없이 시켰다.

김씨가 술 심부름을 다녀와서 사온 술병은 이씨 집 마당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이날 한씨와 술을 마시다 이씨는 '여느 때처럼' 불같이 화를 냈다.

평소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한씨 눈과 머리 등을 나무지팡이로 수차례 때렸다. 한씨는 안와골절 등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씨는 마당에 앉아 있던 김씨에게 다가가 또다시 나무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렇게 수십 분에 걸쳐 폭행이 이뤄졌고 김씨는 온몸에 멍이 들어 이씨 대문 앞에 쓰러졌다.

남편이 맞는 장면을 목격한 한씨는 평소에도 다를 바 없는 폭행이 이뤄졌고, 지능이 낮아 이씨를 말릴 생각조차 못 했다.

한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잠시 자신의 집으로 갔으나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이튿날 오전 이씨는 평소처럼 김씨 집에 전화를 걸어 '우리 집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집안에 남편이 없자 먼저 이씨 집으로 간 것으로 생각한 한씨는 이씨 대문 앞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남편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결과 두부 손상과 쇼크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며 "시신에는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임실경찰서는 31일 상해치사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