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운전자가 단속을 피하려고 무작정 달아나다가 경찰관을 차로 쳐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사례가 전국에 잇따르고 있다.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마구잡이 난폭운전을 하다가 다른 차나 건물을 들이받는 일도 적지 않아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일부 음주 운전자는 단속을 모면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 경찰관 매달고 질주 예삿일…인명 피해 속출

지난 5월 19일 오후 11시 30분께 경북 김천시 평화동 역전파출소 앞에서 음주단속 중이던 정모(37) 경사가 문모(33)씨가 몰던 무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정 경사는 문씨가 음주 감지기 반응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나자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문씨가 달아나려 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운전석 쪽 창문을 잡았지만 문씨는 정 경사를 매달고 10여m를 질주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한 정 경사는 차에서 떨어진 뒤 승용차 뒷바퀴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문씨는 추격을 피해 200여m를 더 달아나다가 뒤쫓아온 경찰에 붙잡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63%였다. 경찰은 문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 4월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앞 사거리에서는 이모(41)씨가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음주 단속하던 수성경찰서 이모(51)경위를 친 뒤 달아났다.

이씨는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차를 몰았고 이 경위는 팔과 다리를 다쳤다.

이 과정에 아우디 승용차와 충돌해 운전자 A씨가 허리에 상처를 입었다.

이씨는 5㎞가량 도주하다가 추격에 나선 순찰차와 충돌한 뒤 붙잡혔다. 혈중알코올농도 0.144%로 만취 상태였다.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도로에서는 박모(28)씨가 방배경찰서 소속 경찰관 등 3명을 치고 달아났다.

박씨는 음주측정 요구를 받고 하차했지만 '차에서 가지고 나올 것이 있다'며 뒤 다시 승차해 20m를 후진한 뒤 그대로 직진하면서 A경위 등 3명과 부딪쳤다.

A경위는 전치 3주, 의무경찰 2명은 각각 손목 부위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14일 만에 박씨를 붙잡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남 광양시 광양읍 교차로에서 임모(20)상경이 음주감지기를 차 안으로 들이밀자 박모(33)씨가 급가속해 임 상경이 쓰러지며 허리를 다치는 등 음주단속 경찰관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

◇ 단속 피해 달아나다 여기저기 '쿵! 쿵!'

경찰관을 피해 차를 몰고 도망가다가 다른 차나 가로수, 심지어 순찰차와 충돌하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한 도로에서 유모(35)씨가 만취 상태로 차를 몰고 가다가 서 있던 차 9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마주 오던 A(38)씨 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유씨는 첫 번째 사고를 내고 뒤쫓는 순찰차를 피해 골목길을 따라 1㎞가량 달아났다. A씨 차를 들이받고 멈춰선 뒤 하차해 다시 도주하려 했으나 행인 신고로 붙잡혔다.

경찰은 유씨가 음주측정을 거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4월 19일에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최모(26)씨가 SUV 차를 몰다 음주단속 경찰관을 보고 급정거한 뒤 후진하며 뒤따르던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택시 기사 이모(55)씨는 다리를 다치고도 1.7㎞를 추격했고 뒤쫓아온 경찰까지 가세해 15분 뒤 최씨를 붙잡았다.

최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47%로 단속 기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그는 "단속될까 봐 겁이 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음주단속 주체인 경찰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한 도로에서 도내 모 경찰서 소속 A경장이 음주단속을 피하려 차를 후진하다가 다른 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인 0.095%였다. 경찰은 A경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징계위원회에도 회부했다.

◇ "단속부터 피하고 보자"…바다로 강물로 '풍덩'

단속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바다나 강물로 뛰어드는 운전자도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5월 혈중알코올농도 0.095%에서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A(41)씨를 입건했다.

경찰관이 '술 마시고 운전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자 A씨는 놀란 나머지 방파제를 넘어 바다로 뛰어들었다.

200여m를 헤엄쳐가다가 30여 분 만에 구조됐지만, 처벌은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충북 충주시 용관동 달천 과선교 부근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던 베트남인 근로자 D(28)씨는 경찰이 검문하자 그대로 달아났다. 달천교 부근까지 300여m를 질주하다 차를 버리고 달천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강에서 나오라는 경찰 요구를 거부하고 물속에서 추위에 떨다 30여 분 지난 뒤에야 밖으로 나왔지만, 단속 수치 미만이어서 훈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술에 취해 경남 통영시 평림동에서 1.5t 포터를 몰던 이모(35)씨는 순찰차가 접근하자 달아났다.

이어 해안도로에 이르자 차를 세운 뒤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는 출동한 해경 구조요원들에게 저항하다가 오후 9시께 구조됐지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밖에 지난 6월 6일 0시 20분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는 홍모(40)씨가 아반떼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경찰의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달아났다.

그는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시속 160㎞ 이상으로 운전하며 신호위반과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45㎞를 도주한 끝에 남원읍 신흥리에서 검거됐다. 당시 홍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79%의 만취 상태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