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늦게 '결핵 예방 시행규칙'을 내놨다. 의료기관, 산후조리원, 초·중·고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 집단시설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종사자를 대상으로 결핵·잠복 결핵 검진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경기도 광주의 한 어린이집 원생 20명이 잠복 결핵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이대목동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간호사가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잇따라 확인된 후 나온 대책이다.
한국은 결핵 환자 발생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다. 2014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86명 꼴이 결핵환자다. OECD 평균 12명의 무려 7배 수준이다. 2013년 3천800여명이던 전염성 결핵 감염자 수는 지난해 7천900여명으로 2배가 넘었다. 특히 병원은 물론 학교·어린이집·의료기관 등 집단시설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2013년 3천265곳에서 3천834명이 전염성 결핵에 감염됐다. 지난해에는 7천250곳, 7천973명으로 증가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우리나라를 '결핵 보유국'으로 판정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의료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외국인들이 치료차 한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결핵이 창궐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담할 정도다. 우리가 이처럼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정부는 89년 보건소가 담당하던 결핵 관리의 상당 부분을 건강보험에 넘겼고, 민간 의료기관이 관리를 떠맡았다. 하지만 감염자 수도 매년 늘어나자 정부가 부랴부랴 민간 의료기관에 전문 간호사를 배치하기 시작했고, 종합대책도 2013년 마련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때 병원은 전파의 온상이었다. 이번 병원 간호사의 결핵 감염이 충격적인 것도 그런 '트라우마' 때문이다. 잠복결핵은 전염성 결핵과 달리 당장 감염되지는 않는다. 일종의 보균자다. 하지만 이 중 5%는 감염 2년 이내에, 5%는 생애 중에 전염성 결핵으로 발병한다. 정부가 이번에 정기검진을 의무화하는 것도 잠복 결핵을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효과를 거둘 지는 의문이다. 1인당 검사비 5만원을 개인부담으로 하는 것도, 1년 1회 검사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원해서라도 의료진의 결핵 감염부터 막아야 한다. 아울러 노숙자·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 감염 증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설] 세계 10위 경제 대국 무색한 부끄러운 '결핵 보유국'
입력 2016-08-04 23:54
수정 2016-08-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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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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