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장 "화성시 이전 정치 생명걸고 막겠다" 공언
20만명의 요구-3만명의 신규 소음피해 '고민'
이에 따라 경기 남부권 10개 도시(광주 안산 안성 양평 여주 용인 이천 평택 하남 화성)가 찜통 더위 속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방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예비이전 후보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10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어 향후 계획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말복을 앞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섣불리 수원 군공항 이전부지를 공개했다가 '사드배치 성주 결정'보다 더한 후폭풍이 몰아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예비이전 후보지 발표를 마냥 미루면서 수도권 남부는 유언비어가 난무, 주민들만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는 주민들 간에도 불화 조장으로 혼란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지자체 등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용역을 무더기로 남발하면서 주민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이 절실한 수원시는 법대로 이전 지역을 조속히 발표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성시 서부지역(화성호 또는 시화호 간석지)이 유력 이전 후보지로 부각되면서 화성 시민들 간 '민·민갈등'으로 확전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로 표기하면 화성 병(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주민들은 이전 찬성을, 화성갑(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주민들은 이전 반대이다.
땅덩어리가 큰 화성지역은 동서 간 거리가 70㎞에 달한다. 동부권은 동탄1·2 신도시·태안신도시·봉담신도시·향남신도시 등 도시개발로 외부 유입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주민들 유대감이 떨어지는 데다 동서 간 불균형 개발로 연대의식도 희미하고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원 군공항으로 인해 화성시 태안신도시와 병점동 등 수원시 접경인 동부지역의 대략 20만명이 수십 년째 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 잠재적 우군인 동탄신도시까지 포함하면 최대 40만명이 이전파다. 반면에 공항 예비 이전부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의 주민은 최대 3만명이고 연대감을 갖고있는 지역까지 포함하면 최대 10만명을 넘지 못한다. 이를 반영하듯 채인석 화성시장은 지난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의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수원 군공항 이전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화성시로의 이전은 절대 반대한다." 동부권 신도시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공항 이전엔 적극 찬성하지만 서쪽 바다 접경 지역으로의 이전엔 동의할 수 없어 "화성시로 이전할 시 정치적 생명을 걸고 막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러나 인구 불균형이 채 시장에겐 양날의 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군공항 이전사업은 이전부지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진행이 불가하다. 이전부지 자치단체장은 군 공항 이전 관련 주민투표 회부 및 유치신청 권한을 갖고 있고 공항 건립 시 인·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반대하면 군 공항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화성시는 지난 2005년 폐지된 미 공군 쿠니사격장까지 3곳에서 엄청난 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도 수원 군공항과 오산 미군 공항으로 양감면 지역이 소음피해를 겪고 있다. 채 시장으로선 20만명의 요구를 외면할 수도 없고 3만명의 신규 소음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없다. 총선이 끝나고 대선을 앞둔 올해 국방부 발표와 화성시 대응이 가을과 겨울 정국의 핵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8선의 국회 최다선 유력 정치인 서청원 의원의 대응도 주목된다. 화성시로의 이전 반대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김학석 정치부장